켄 피셔는 120조 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전설적인 투자자입니다. 그는 주기적으로 Real Clear Market에서 글을 기고하고 있는데요. 이 글은 2021년 3월 1일에 올라온 글(“How to Know What Everyone Else is Sweating, So That You Don’t Have To)”입니다.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글인 것 같아 번역하게 되었습니다.[편집자주]

이미 소식 들으셨나요? 신속한 백신 배포로 인해 경제 재개가 앞당겨지면서 영국과 미국의 가치주 가격이 상승할 공산이 크다는 뉴스 말입니다. 어떻게 이 소식을 안 들어보셨겠어요?

어느 금융 관련 방송에서나 위와 같은 소식이나 이론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기반으로 행동을 취한다는 건 2020년 증시가 가르쳐준, 또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중요한 교훈을 잊어버린 것과 다름없습니다: 헤드라인이 어떤 것에 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시장이 그것을 반영하고 넘어갔다는 신호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 짐 크래머는 CNBC에서 수많은 경제 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헤드라인에 오른 순간, 뉴스가 주식에 미칠 영향력은 미비하다

이런 현상은 계속해서 반복되죠. 특정 스토리가 더 많은 주목을 받을수록, 더 많은 전문가가 이것을 중요한 “주제”나 “리스크”로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소수의 사람만이 이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해당 이야기가 뉴스로 보도되면 모든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알았다는 것은 그와 관련된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미 그 소식을 접했을 거라는 점이죠.

많은 사람들이 증시는 수억 명의 매수자, 매도자, 구경꾼이 참여하고 있는 거대한 경매장이라는 점을 까먹습니다. 시장 내 견해들은 참여자들이 특정 주식을 입찰할지 말지에 대한 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러한 견해들은 어떤 진공 상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닙니다.

언론의 헤드라인과 전망들, 그리고 두려움이 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잘 알려지고 전문가들이 이에 관해 토론했다면, 이미 여론의 감정은 형성된 것이나 다름없죠. 이런 것들이 주식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사용된 것이죠.

2020년 주식 시장은 이를 그대로 입증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놀라움이 언제나 시장을 가장 크게 움직이게 만듭니다. 2020년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14개월 전, 투자자 대부분은 더 많은 이익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경제 성장이 지속할 것으로 생각했죠. 1월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소식은 대부분 무시되어 왔죠.

그리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럽을 덮쳤습니다. 정부의 락다운 조치로 인해 모두가 놀랐죠. 그 이후는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입니다. 최고치를 경신했던 증시는 2월과 3월 사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폭락했습니다. 시장에 가득했던 낙관주의는 거의 한순간에 깊은 절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유럽에 코로나19가 상륙했을 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거의 모든 전문가는 3월 주가 하락이 본격적인 폭락의 시작일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30년대 증시와의 비교를 들먹이기도 했죠. 그리고 당시에는 가을과 겨울에 두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웨이브가 닥쳐 공중보건은 물론 경제와 주식시장에 더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물론 공중보건과 관련된 예측은 들어맞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여러분은 아직도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하고 있죠. 그렇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웨이브는 더는 시장을 놀라게 할 변수가 아니었습니다. 3월 23일까지 주가가 33.8% 폭락했던 것은 이미 심각한 경제 위축과 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모두 미리 반영된 것이었죠.

그렇기에 그 이후 S&P500이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나 신규 확진자 수 감소와 같은 뉴스가 나오기도 전에 이런 주가 회복이 이뤄지고 있었죠. 그렇지만 증시는 이미 아주 먼 머래, 그러니까 경제 활동의 재개와 회복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3월 23일부터 미국의 3분기 GDP 데이터에서 경제 회복이 시작됐다고 확정되었던 10월 29일까지, 증시는 49.5% 상승했습니다. 주식시장은 경제 성장을 미리 가격에 반영한 것이죠.

10월 29일까지 매우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백신 개발 소식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최근 예시를 들어볼까요? 두 번째 코로나 웨이브가 찾아왔고 다시금 락다운 조치가 있었죠. 미국의 선거는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브렉시트도 있었죠. 이 현상들 모두 미리 가격에 반영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사건들도 증시를 흔들 만큼 충격을 가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백신 개발 뉴스와 관련해서도 동일합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관련 뉴스가 일제히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11월 중순, 백신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방송에 보도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이 거들먹거리며 어떤 기업이 개발 경쟁에서 “승리”를 거둘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주가가 상승했죠. 투자자들의 정서가 급속히 따뜻해졌습니다. 제가 여기에 일전에도 적었던 그대로입니다.

경제활동 재개에 의존적인 경기민감주 등 정말 오랫동안 뒤처졌던 가치주가 일제히 상승장에 들어섰습니다. 11월 6일과 24일 사이, 가치주는 10% 성장하면서, -0.2% 성장한 성장주를 압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것이죠. 이내 대부분 전문가는 수년간 가치주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몇 주 만에 가치주의 우위는 끝났습니다. 11월 24일부터 2020년이 마무리되는 된 날까지, 성장주가 6.3% 성장해 2.1% 성장한 가치주보다 나은 성과를 거뒀던 것이죠. 1월엔 또다시 가치주가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지금(3월 1일)의 가치주는 반대로 잠깐의 내림세에 있죠. 이런 현상 또한 지속되진 않을 겁니다. 백신이 가치주의 질병을 치료해줄 것이라는 이론은 매우 흔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줄곧 백신이 올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개발 과정, 허가, 배포 등 백신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졌고 토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여러 집단에 대한 예방 접종이 허가될 때마다 전 세계 언론은 수많은 뉴스를 쏟아냈습니다. 백신 접수와 관련된 혼란부터 가족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행복스러운 조부모님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보도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남들이 무얼 하는지 지켜보자, 나의 투자를 위해

어떤 것이든 이렇게나 잘 알려져 있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은 미리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격렬한 경제 성장을 불러올 집단방역을 기대하고 있죠.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경제에 민감한 가치주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리는 장밋빛 경제 성장은 지금쯤 주가에 반영이 끝나있을 것입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장을 놀래키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경제성장이 예상치를 넘어서야 합니다. 초기엔 빠른 경제 회복이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또다른 “광란의 20년대”가 펼쳐질 일은 적어 보입니다.

그보다는 작년 경제활동 재개 때처럼 GDP 성장세가 빠르게 감소할 확률이 더 커 보입니다. 이 소식이 널리 알려지기도 전에 주식시장은 이미 또 알아낼 것입니다. 그때가 된다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따분하게 생각하는 성장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겠죠.

이런 로직은 반복적으로 시장에 적용될 것입니다: 좋은 뉴스든 좋지 않은 뉴스든 어떤 이야기가 헤드라인에 올라갈 때면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서프라이즈”의 힘은 이미 사용된 것이죠. 단기적인 정서 변화 외에는 주식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겁니다. 전문가들이 대신 반응해줄 것이고요.

이건 여러분을 위해 전문가들이 해주는 엄청나고 조용하며 무료인 서비스입니다. 그들은 효율적인 시장이 정보에 적응하고 앞으로 일어날 확률이 높은 미래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열심히 하는지 여러분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다른 것을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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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오형진

에디터

UCLA에서 경제학과 국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https://blog.naver.com/dekop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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