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는 120조 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전설적인 투자자입니다. 그는 주기적으로 Real Clear Market에서 글을 기고하고 있는데요. 이 글은 2021년 2월 12일에 올라온 글(“Yes, I Do Believe That the Stock Market Is Rigged)”입니다.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글인 것 같아 번역하게 되었습니다.[편집자주]

최근 게임스톱으로 인해 매우 소란스러웠던 시장이었습니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호되게 당했죠. (로빈후드 같은) 중개업자들은 헤지펀드의 편에 서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를 중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의회 청문회도 곧 열릴 것으로 보이죠.

레딧과 게임스톱은 2021년의 요란한 시작을 알린 사건이었습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나눌 것 없이 이 기회주의적인 국회의원들은 시장이 “작은 사람(little guy)”들에게 불리하게 적응된 시장에 대해 목소리 높일 것이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시장이 크건 작건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작되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과 같이 이익을 취하기 쉬웠던 적은 없죠. 무슨 말인지 이제부터 더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49년 전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살아남기 매우 힘들었어요.”

제가 투자했던 49년 전, 개인이 투자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장애물을 뛰어넘었어야 했어요.

1975년 5월 이전까지 뉴욕증시는 주식 거래에 매우 엄격하고 가파른 최소 수수료 액수를 책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개업자들은 한 거래당 2~3%까지 하는 높은 수수료를 의무적으로 내야 했습니다. 만약 중개업자가 이것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아오다가 걸리게 될 경우, 이들은 증시로부터 바로 퇴출당하기도 했죠.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도 높은 수수료를 얻기 위해 투자자들을 현혹했던 중개업자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수수료가 고정된 상황이었기에 중개업자들은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비드-애스크 스프레드(“Bid-ask Spread”: 매도하는 호가와 매수하는 호가 간의 차이)가 0.6%에서 0.8% 선을 오갔는데, 이것 또한 거래마다 투자자의 수익을 깎아 먹었죠.

거기에 데이터는 무시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심도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도서관 기록 보관소를 찾아가야 했는데요.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드문드문 날라오는 리포트와 중개업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전부였죠. 그 당시에는 정보를 볼 수 있는 인터넷도, 가설을 테스트해 볼 스프레드시트조차 없었으니까요.

그나마 몇 시간 동안 손과 계산자를 통해 숫자를 계산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거치는 것만 가능했습니다. 정말 극소수의 일반인 투자자만이 이렇게 할만한 시간, 재원, 그리고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죠.

“이제는 헤지펀드는 가능하고 여러분이 할 수 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에 반해 오늘날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자본시장이 극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무대라는 것은 이제 터무니없는 말이 되었죠.

1975년 새로운 규제 개혁을 통해 고정 수수료에 대한 제한이 사라지자, 경쟁이 심화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한 새로운 중개업자들이 탄생했습니다. 여기에 인덱스 펀드가 등장하면서 기존에 8% 가까이 되는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던 펀드에 대한 적절한 대체재가 되어주었습니다.

존 보글은 뱅가드(Vanguard)의 창립자이자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였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중개업까지 인기를 끌게 되자 거래 수수료는 바닥을 치게 됩니다. 요즘엔 정말 많은 중개업자가 수수료 자체를 없애버리기도 했죠. 계좌 최소 금액? 점점 더 드물어지고 있죠.

심지어는 개인투자자가 소액의 돈으로 매우 비싼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었지만, 이제는 회사 주식의 일부만을 매수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위에서 언급했던 비드-애스크 스프레드 또한 수십 년 동안 빠른 속도로 감소했습니다.

데이터도 어디에서나 언제든 구할 수 있죠. 누구나 스마트폰에서 몇 번 클릭만 하면 손쉽게 회사 조사는 물론 포트폴리오 추적, 그리고 전략 테스트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핀테크는 우리의 투자를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점이 개인 투자자들을 동등한 위치까지 올려놨습니다. 이제는 헤지펀드는 가능하고 여러분이 할 수 없는 것들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이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너무 많은 거래를 너무 자주 하는가 하면 과열을 뒤쫓아 따라가기도 합니다. 거기에 이미 가격에 다 반영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말 큰 승부수를 던지기도 하죠.

이뿐만 아닙니다. 포트폴리오 분산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가만히만 있으면서 복리의 힘이 기적처럼 발휘될 것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죠. 또 많은 이들이 감정의 희생양이 됩니다. 변동성에 겁을 먹고 잘못된 타이밍에 잘못된 반응을 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아주 간단하지만 강력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아주 강력하지만 간단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내려가는 날보다 주가가 오르는 날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S&P 500지수를 1925년부터 돌아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12개월씩 잘라서 보면 대략 75.2%의 기간 동안 상승했어요. 또 5년씩 잘라서 보면 88.0%의 기간에 올랐고요. 10년씩 자르면 무려 94.3%의 기간 동안 올랐다는 것이죠.

심지어 20년 어치를 보게 되면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어요. 단 한 번도요! 이렇게 보면 시장이 어떤 쪽으로 조작되었다고 보시나요? 여러분에게 정말 좋은 방향으로 조작된 것이죠.

S&P 500지수는 정말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많은 사람이 1926년부터 대략 연수익률 10% 이상을 올리고 있는 것에 참여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넥스트 아마존, 넥스트 넷플릭스, 넥스트 애플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죠.

또 누구는 모든 하락장을 피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면 큰 시드머니가 필요하다고 믿으면서 시작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이러한 거짓 믿음으로 인해 이들은 꾸준함, 규율, 그리고 시간이라는 정말로 귀중한 것들을 놓쳤습니다.

자, 이제 2,400달러 정도를 매년 투자한다고 생각해볼까요. 한 달에 200달러 정도 저축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돈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걸 가지고 30년 동안 8%의 수익률을 낸다고 가정한다면, 거의 30만 달러(약 3억 3,000만 원)에 육박한 돈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심지어 비트코인마저 포트폴리오에 포함을 고려하는 등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실행 가능한 목표입니다. 부자가 되는 길은 결코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가지는 거나 빠르게 부자가 되는 계획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제가 2008년에 냈던 “부자가 되기 위한 10가지 길”에서도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듯이,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방법은 부를 쌓기에 제일 시시한 방법이면서도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입니다. 하루 만에 벼락부자가 되거나 단타 시장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지에서 마구 쏟아 내는 기사들도 필요 없고요.

물론 “한 번만 투자하고 까먹어버리는(Set it and forget it)” 투자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남들 모두가 까먹고 있을 때 당신은 알고 있으라는 말입니다.

이번 레딧과 게임스톱 건이 더 선명하게 만들어줬습니다. 효율적인 시장은 잘 알려진 정보를 거의 즉각적으로 가격에 반영한다는 점을 말이죠. 레딧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SNS를 통한 숏스퀴즈가 거의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장은 레딧과 같은 문제에 문제없이 대응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는 않을 겁니다. 거대한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한번은 당할 수 있어도 그들이 (또 당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죠.

마치 정치나 스포츠 같은 거예요. 일례로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관습에서 벗어난 전략을 사용하면서 민주당을 충격에 몰아넣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에는 민주당이 트럼프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죠.

Mandatory Credit: Photo by Evan Vucci/AP/Shutterstock (10434333bm) Donald Trump, Sauli Niinisto.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 meeting with Finnish President Sauli Niinisto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Trump, Washington, USA – 02 Oct 2019

또 1978년 레온 스핑크스는 프로 경기를 가진 게 8번밖에 되지 않는 도전자였음에도 헤비웨이트 챔피언 결정전에서 전설적인 무하마드 알리를 꺾었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로 이야기는 매우 달랐습니다. 7개월 뒤에 펼쳐졌던 알리와의 리매치에서 졌던 것은 물론이고, 타이틀 획득 이후 치렀던 38개의 경기 중에 오직 절반밖에 승리하지 못했으니까요.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SNS를 통해 펼쳐지고 있는 감정적인 주식 투자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을 토대로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는 ETF까지 새로 등장하기도 했죠.

여러분이 레딧의 개인투자자들에 관한 정말 좋은 분석을 했더라도 앞으로 그들의 전략에 시장이 충격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장은 이미 그것과 관련해 잠재된 영향력까지도 가격에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여러분이 극소수만이 발견한 새로운 충격을 발견했다면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이제 정말 큰 힘을 가진 것이겠죠. 하지만 장기적인 의미에서의 성공은 그런 것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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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오형진

에디터

UCLA에서 경제학과 국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https://blog.naver.com/dekop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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