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이 드디어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첫날을 맞이했습니다. 그의 첫 행정명령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였는데요. 그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종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의중을 알았는지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이 백악관에 한 가지 제안을 했는데요. 바로 미국 내 백신 배포를 기업 차원에서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한국 영토의 100배 큰 영토를 가진 미국엔 백신의 개발만큼 배포도 커다란 고민거리였던 만큼 이번 제안이 솔깃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제안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마존의 엄청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데이브 클락 아마존 리테일 부서 CEO는 “우리의 도움을 통해 즉시 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습니다.
아마존의 어마어마한 유통 역량이 있었기에 전자상거래의 최강자로 등극할 수 있었는데요. 그만큼 아마존의 유통 인프라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백신을 배포할 경우 미국은 효율적으로 국민들에게 백신을 나눠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지만 아마존의 제안을 순수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움을 받기 위해서 조건이 붙기 때문이죠. 그 조건은 바로 아마존 직원의 우선적인 접종이었습니다.
이런 조건을 붙인 이유는 아마존이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본사 직원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했지만, 그들을 제외한 물류 창고 직원, 홀푸드 직원, 데이터 센터 직원들은 팬데믹에도 정상출근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직접적으로 노출됐습니다.
근무환경도 코로나19 방역을 지키지 않는 등 관리에 소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팬데믹 6개월 차에 이미 2만 명이 넘는 직원이 확진되었죠. 거기에 근무환경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자 일부 직원을 불법적으로 해고까지 하면서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런 비난으로부터 피해 나가기 위해 베조스가 선택한 것이 바로 백신 배포를 돕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베조스는 큭 두 가지 긍정적인 요소를 보았기 때문이죠.
먼저 미국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기업 이미지를 챙길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포스크코로나 시대 ESG가 기업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또한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간 근로자들은 직원의 안전을 소홀히 한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준다면 이러한 불평도 금방 사그러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바이든은 베조스의 손을 잡을까?
그렇기에 미국 정부가 아마존의 제안을 선뜻 수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크게 두 가지 부분이 걸리기 때문이죠.
우선 사회적 불만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은 가장 중요한 공공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접종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은 사회적 합의가 따라야 하는 중대한 선택이죠.
하지만 단지 아마존 직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접종을 받는다면,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일반 국민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의회 난입 등 전반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미국이기에 사회적 분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서 아마존이 실질적인 개선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비판을 받던 부분은 매우 위험한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에 대한 조사의 강도가 매우 강했습니다.
아마존이 실제로 해야 할 일은 근무환경을 더욱 안전하게 조성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백신이 접종된다면 아마존은 근무 조건을 유지한 채 자신의 근무환경이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던 당국 입장에서도 압박 수위를 유지하기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듯 아마존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국 행정부로선 백신 배포에 천군만마를 얻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아마존의 역량 자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죠.
과연 바이든 행정부는 아마존의 이런 파격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취임 첫날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Al Jaze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