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알아야 할 이슈를 와레버스 오세용 편집장이 정리합니다. 
[편집자 주]

현대를 살며 IT공룡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각 정부는 이에 IT공룡을 견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은 ▲시가총액 6천억 달러 이상 ▲월간 이용자 5천만 명 이상 등 조건 기업 대상 규제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권력을 막기 위한 법안을 내놓았다. 

지난 6월 11일 미국 의회가 낸 법안은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플랫폼독점종식법 ▲호환성 및 경쟁증진법 ▲합병수수료 현대화법 등 다섯 가지다. 이 법안에는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IT공룡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U(유럽연합) 역시 ▲애플 앱스토어 규정 ▲구글 온라인 광고 기술 ▲페이스북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 등에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IT공룡을 노려보는 가운데 의외의 국가에서 선제 행동을 시작했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 대한민국이다.

구글 갑질 방지법

지난 31일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으로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사 결제 시스템(In App, 인앱)을 강요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앱 마켓 사업자 수수료 징수 형태를 법으로 규제하는 세계 첫 사례다.

외신은 연이어 한국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를 알렸다. 미국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이번 입법은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에 송상을 줄 수 있는 세계 첫 법률이다”라며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수익에 위험을 가할 것”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EU도 빅테크 플랫폼 사업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라며 “미국에서는 구글의 독점적인 앱스토어 운영에 대해 게임 업체인 에픽게임즈가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외신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에서도 법안에 관한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2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세계 최초로 법률로 규정한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라며 “국제적인 규범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각 언론과 정부는 물론 구글 갑질 방지법에 관한 환호는 콘텐츠 사업자에게서도 들려왔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대표인 팀 스위니 대표다.

에픽게임즈 대표 “나는 한국인이다”

에픽게임즈는 세계적인 게임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개발사다. 포트나이트는 지난 2020년 무려 1230만 명 동시 접속자 수를 자랑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애플을 상대로 싸우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이런 세계적인 게임사 대표가 한국의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를 두고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연설을 인용했다.

<그림1> ‘나는 한국인이다’ ./ 팀 스위니 트위터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1963년 존 F.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 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표현은 1963년 6월 26일 케네디 전 대통령이 서독 서베를린 방문 중 했던 연설을 말하는 것이다.

당시 독일 분단기에 서독의 서베를린은 동독 한가운데서 고립된 섬 같은 지역이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 중 “2천 년 전 ‘나는 로마시민이다’라는 말이 가장 큰 자랑거리였고, 오늘날 자유세계에서는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는 말이 가장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림2> 개인용 컴퓨팅 역사 최전선은 한국이다 ./ 팀 스위니 트위터

이어서 팀 스위니 대표는 “이는 45년 개인용 컴퓨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라며 “시작은 쿠퍼티노(애플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였지만 현재 최전선은 서울이다”고 평가했다.

꼼수는 없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글 인앱결제를 강제화하면 국내 기업들이 부담할 수수료는 885억 원 ~ 1568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두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 여파로 국내 관련 산업 매출이 연간 약 2조 3천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처음부터 인앱결제를 강제했으나, 구글 역시 오늘 10월부터 인앱결제를 강제화하기로 하자 이 규제들이 생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규제가 통과됐으니 수수료는 늘어나지 않고, 산업 매출은 감소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인앱결제를 강제화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IT공룡 입장에서는 늘어날 수수료를 늘리지 못하게 됐다. 이에 이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대로 물러서진 않을 것이다.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수단에 추가 수수료를 매기는 등 충분히 예상되는 꼼수가 있을 것이다.

한국 플랫폼 산업이 세계적인 이목을 끈 가운데 다음 전투는 어떤 공격이 오고 갈지 지켜볼 만 하겠다.

참고자료

페이스북 페이지

새 글을 텔레그램으로 받아보세요.

새 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세요.

카카오 채널에서 와레버스를 만나요!

About the Author

오세용

편집장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비즈니스 전문가를 추구합니다. 와레버스에서 IT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View All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