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틱톡 인수 사가가 결국 오라클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가장 먼저 인수에 뛰어들지도 않고, 사업적 시너지 효과도 가장 클지 미지수였음에도 말이죠. 트럼프 정권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였던 오라클이었기에 이는 정치적 승리로 보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저번 주말, 틱톡이 미국 영업권 인수와 관련된 여러 프로포절 중 오라클의 제시안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틱톡은 이번 결정을 두고 오라클이 뛰어난 “기술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당초 이야기가 되었던 단순 매각과는 다른 형태로 거래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써는 완전 매각보다는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재구조화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 유력합니다. (정확한 거래의 세부사항은 업데이트되는대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우 요란하게 진행되었던 틱톡 인수 사가

이번 틱톡의 결정은 매우 의외였는데요. 틱톡 인수에 나섰던 수많은 기업 중에서 오라클이 눈에 띄는 장점을 가지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업적으로 시너지도 더 좋고, 제일 먼저 인수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포절에는 매정하게 거절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그리곤 오히려 B2B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는 오라클을 선택했는데요. 유저와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는 틱톡이 고객 자산과 관련 경험이 전무한 오라클의 거래를 결정한 것이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분석가들은 틱톡의 이런 선택의 배후에는 트럼프가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오라클은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현재 오라클 CEO인 사프라 캣츠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의 대선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심지어 오라클을 창업했던 래리 엘리슨은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모금 활동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가장 좌측)과 꾸준히 교류를 가져왔던 현 오라클 CEO 사프라 캣츠(가장 우측)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듯이 오라클이 틱톡 인수전에 참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오라클은 매우 훌륭한 회사”라며, 오라클의 참전에 지지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는 틱톡을 압박하는 데에 자신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만약 인수가 성사된다면 거래 수익의 상당 지분을 미국 재무부에 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더했습니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만약 오라클이 실제로 온전히 인수를 한다면, 오라클과 미국 정부의 밀접한 관계로 보아 트럼프의 발언이 실현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와레버스 인사이트

길고 길었던 틱톡 인수 사가가 오라클의 승리로 끝이 나면서, 이제서야 트럼프의 빅픽쳐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갑작스레 국가적 안보를 문제 삼아 틱톡의 미국내 영업을 중단시키겠다며 협박하더니, 곧바로 이를 판매하면 용인하겠다며 으름장을 두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신과 친분이 있는 오라클이 틱톡과 협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게 된 셈이죠.

재계와 정치계 사이의 친분은 항상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초대형 딜에서 이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트럼프와의 친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오라클의 전략 또한 눈에 띄었던 부분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오라클처럼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는 것도 앞으로 많은 비즈니스들이 참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입니다.

출처: Wahs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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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오형진

에디터

UCLA에서 경제학과 국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https://blog.naver.com/dekop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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