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세계은행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 업데이트

역풍을 다스려라(Managing Headwinds)

지난 4월 24일 자로 세계은행에서 2018 아태평양 경제 상황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했다. 리포트의 제목은 ‘역풍을 다스려라’(Managing Headwinds)로, 2018년 아태평양 국가들이 겪었고 겪고 있는 중국이 경제성장 안정화에 진입함에 따른 외부환경들의 변화를 역풍(Headwinds)에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계은행의 리포트에 따르면 실제로 2018년 아태 지역국가의 성장률은 폭발적이었던 시기를 지나 느려졌다고 한다. 물론 아태 지역국가에 있어 이러한 주변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이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예상보다 이른 성장세 둔화와 이에 따른 부정적 외부환경의 변화가 예상되어 지속적인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여기에 더해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2019년에 있어 새로운 위험요소를 등장하며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아태지역 국가에 커다란 위협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선제 조치를 통하여 대비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번 리포트의 요지이다.

리포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역적 경제(region’s economy)를 보다 활성화하여 구조적 개혁에 중점을 맞추고 투자를 늘리고 인적 자본을 육성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민간 영역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위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WB 아시아태평양 경제 업데이트 시리즈

#2 – 베트남 리포트 http://aseanbizlab.com/?p=503

#3 – 필리핀 리포트 http://aseanbizlab.com/?p=514

II. 말레이시아 리포트

리포트에서는 ASEAN이라는 분류 외에 ASEAN-5라는 개념을 추가적으로 만들어 두었다. ASEAN-5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5개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발전 가능성과 인구, 영토, 자원 등을 가진 주요 국가를 지칭하는 것으로 세계은행 외에도 IMF 등 국제경제와 관련되어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 리포트에 대한 해석을 위해서는 먼저 ASEAN-5에서 시작하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번 포스트도 그에 맞춰 진행하려 한다.

아세안 주요 5개국 중 말레이시아를 꼽은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다. 개인적으로 싱가포르라는 선진국의 바로 옆에 위치했고 ASEAN 전체로 보아 대륙과 섬을 이어주는 위치에 있는 반도 국가인 말레이시아를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여 말레이시아에 맞춰 글을 시작하기로 했다.

– 말레이시아 현황

[표] 말레이시아 현황,
WB 아시아태평양 경제 업데이트 2019

말레이시아의 2018년 인구는 3천 2백만명이고 경제 성장률은 4.7%였다. 성장률 자체는 다른 아세안 5개국과 비교했을 때 뒤에서 2번째로 크게 높다고 할 수는 없으나 특이하게도 보통의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달리 빈곤율이 0%이고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매우 작다는 것이 눈에 띈다. 분명 지니계수 41은 다소 높다고 할 수 있는 수치지만, 이들이 개발도상국에 위치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높지 않다고도 할 수 있어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분배 상황은 매우 안정적이라 할 수 있겠다. 거기에 지속해서 빈곤율이 낮으며 소득격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2018 현황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3가지이다.

  1. 먼저 모든 경제 상황에 있어 느려지고 있는 지표들, 소비 지수와 투자 지수, 정부 지출, 정부 투자, 수출, 자본 시장 모든 지표가 성장은 했으나 2017년에 비해 느려지고 있다. 이는 실제 경제성장률로도 반영되어 2017년과 비교해 성장률 자체는 1.2%p 하락했다.
  2. 노동시장이다. 현재 노동참여율은 68.5%이나 실업률은 3.3%로 낮은 편이다. 노동 참여 산업은 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맞춰졌고 제조업의 경우 성장률이 2018년 3.5%로 1.3%p 하락했으나 서비스업의 경우 전년보다 0.5%p 상승한 6.9%였다. 이러한 제조업 성장률 하락에 배경은 1년 사이 서비스업의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고 9.8% 상승한 제조업 임금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하는 와중에 급격한 임금상승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없다면 경제 둔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3. 정부 부문의 투자가 줄었다. 진행 중이던 7개의 인프라 건설 사업 중 일부는 완료, 일부는 연기, 취소가 되면서 2018년 3/4분기 정부 부문 투자는 5.5%, 4.9%로 줄었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지출은 확대되긴 했으나 그 속도가 느려졌다. 최대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한 지난 해인 2017년에 정부 지출 성장이 2016년 0.9%에서 5.4%으로 크게 확대되었던 것을 생각할 때 현재 3.3%에 그친 정부 지출 성장이 성장률 둔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III. 말레이시아의 위험과 과제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말레이시아는 성장률을 둔화시키는 방향의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이어 미·중 무역 분쟁의 발발은 외부적으로 말레이시아의 성장률을 지속해서 하강하게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내부적으로는, 높은 정부 부채와 석유 관련 사업에 대한 증가하는 의존도가 미래의 거시 경제적 쇼크에 유연하게 대처할 재정적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사적 영역에서 가구의 높은 부채 비율은 미시적 재정 수준의 안전성 위험의 원천이며 가구 소비를 제한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말레이시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켜야 하며 이는 인적 자원 개발에 달려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의 인적 자원 개발 지수는 0.62로 열정적인 경쟁국들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말레이시아는 유아 생존율과 학업 지속 연수에 있어서는 긍정적이지만 경제적으로 비슷한 그룹의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영양섭취율과 교육의 질에 있어서 낮은 편이다. 그러므로 현재 말레이시아의 첫 번째 과제는 교육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영양 부족 상태의 아이들을 줄이며 가구 내에서 지속적으로 인적 개발을 할 수 있는 사회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AseanBizLab Insight

말레이시아를 분석한 자료를 읽으며 가장 처음 떠올린 생각은 생각보다 수치가 준수하다는 것이었다. 말레이시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모든 부문이 생각보다 준수했다.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감은 어느 국가나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사실 당분간의 어느 정도의 성장률 둔화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런 해석이 가능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준수한 수치 이면에는 분명 커다란 문제가 존재했다. 경제 규모와 성장률에 비해 경직성이 과하다는 것이다. 국가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가구 수준에서도 부채 비율을 현재로는 크게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경제가 본격적으로 둔화하기 시작한다면 커다란 족쇄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이 충분히 경험했듯이 부채라는 것은 경제 성장이 활발한 순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조금이라도 주춤하는 순간 물에 젖은 솜처럼 불어난다. 거기에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여야 하는 국가치고는 아직 질 높은 교육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높인다. 세계은행의 지적과 같이 교육에 지속해서 투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 경제적 분야에만 집중하여 다루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를 좋게 생각한다. 기본적인 국제적 외교의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만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 있다. 세계은행의 지적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세안 국가의 기본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수에 있어 말레이시아는 타 아세안 국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아세안 주요 5개국 중 1억이 넘는 인구수가 3개국이고 1억 미만인 태국과 말레이시아 중 태국은 7천만에 가까운 것에 비해 말레이시아는 3천 2백만으로 얼른 보아서는 내수 시장이 작아 보인다. 다만 아세안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살릴 수 있다면 작은 내수 시장을 뛰어 넘어 보다 큰 성장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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