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아마 전세계 직장인이 코로나19를 통해 마주한 큰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출근은 원격으로 하고, 출장 대신 화상회의로 회사를 운영한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시작된 재택근무였지만, 코로나19 발생 2년이 지난 오늘날, 대부분 이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시작한 듯하다.

적잖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활용하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에 안간힘 쓰고 있다. 직장인들의 만족도 또한 꽤나 높은 편이다. 불필요한 회식이 줄고 엄청난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면서 삶의 질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구글의 CEO는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어느 정도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의 직장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구글 CEO가 어떤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면 위 링크를 확인하길 바란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생각은 아닌 듯했다. 백신이 배포되고 치명률이 감소하자 수많은 기업이 재택근무 중이던 직원을 하나둘 물리적인 사무실로 불러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CEO가 재택근무와 혼합한 형태를 두고 뉴노멀 직장 트렌드라고 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 불가피한 선택인 걸까? 과연 구글의 CEO의 말대로 재택근무는 앞으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직장의 형태가 될 것인가? 오미크론이라는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금 전 세계를 덮친 지금, 우리의 직장 형태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는 듯하다.

직장인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기업들

12월 초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전 델타 변이보다도 더욱더 강력한 전염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이는 다시 가파르게 상승 중인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매우 급하게 전개되자, 미국은 물론 한국의 기업 CEO들은 초비상 상태이다. 그들은 당초 직원들을 직장으로 불러들이던 것을 신속히 중단시키고, 재택근무 기간을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역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던 쪽은 IT 업계다.

우버(Uber Inc.)와 함께 미국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 리프트(Lyft Inc.)는 당초 2022년 2월 전까지 전 인원을 다시 직장으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확산하자 리프트 CEO는 직원들의 재택근무 기간을 2023년까지 연기했다고 발표하였다. 우버와 구글은 이보다 더하다. 이들은 재택근무의 종료를 무기한 연기하며, 상황의 장기화를 인정해버렸다.

물론 IT 회사가 이런 현상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재택근무 기간 연장은 전 업계를 통틀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상징인 포드 또한 기간 연장을 선언했다. 물론 1월에서 3월로 미뤄 2달밖에 미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변화가 상대적으로 느린 제조업 특성상 이는 눈여겨볼 변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공룡이 먼저 재택근무 확대를 선언한 데에 이어 통신사와 게임사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거리 두기의 단계적 완화로 인해 송년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기업들이 차례로 회식을 금지하고 있어 이러한 모습도 올해 또한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샤이브리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CEO들

이번 재택근무의 연장은 매우 상징성이 크다. 코로나19가 다시금 장기화할 것으로 보임으로써 근무 형태의 미래를 둔 논의를 다시금 활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요성을 알기 때문일까, 수많은 기업 CEO는 기간만 연장하며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최고의 경제지 블룸버그는 “하이브리드 일자리”가 아닌 “샤이브리드(Shybrid)”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Shy는 “소심하다”라는 의미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는 CEO의 모습을 빗대어 쓴 말이다.

분명 포스트코로나 일자리의 형태가 어떨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에는 이견이 적은 편이다. 100% 재택근무도 아닌, 그렇다고 100% 대면 출근이 아닌 그 중간 어딘가 형태로 자리할 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이를 위한 기술의 발전과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이는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줌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업의 CEO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모든 업계가 하이브리드 형태의 일자리를 적용할 수 없을뿐더러, 같은 업계라도 대면과 온라인의 비중 정도에 따라 전략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면과 온라인의 적정 비중은 어떻게 산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에 관여하는 변수는 매우 많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유지비와 직원들의 만족도다.

먼저 기업의 입장에서 온라인의 비중을 확대할 시,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 가장 큰 유지비는 단연 땅값이다. 수많은 IT 기업이 즐비한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뉴욕, 서울, 도쿄 등 수많은 기업이 밀집된 지역은 대체로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이다. 재택근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이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비스타프린트(Vistaprint)는 오피스 축소로 유지비 절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하자 사무실의 사이즈를 극적으로 줄였는데, 이전에 8,500 평이 넘었던 사무실이 2,000평이 채 안 되는 사이즈로 축소됐다. 보스턴의 높은 부동산 가격을 고려하면 이는 엄청난 절감 효과를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진 도시. 어마어마한 부동산 가격으로 유명한 도시가 대부분이다. / Crunchbase

또한 직원들의 재택근무 선호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재택근무는 직장인들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었다. 불필요한 출퇴근 시간과 과도한 출장을 줄여 개인 시간을 조금 더 보장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미크론이 확산되기 전이었던 올8월에 전 세계 직장인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를 보면 이러한 경향성을 알 수 있다. 임원급이 아닌 일반 직원 중에서 코로나 시대 이전의 직장 형태로 돌아가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물론 재택근무의 한계도 명확하다. 특히 관리자와 임원은 사무실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직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제한 사항이 있기에 직원들에 비해 재택근무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위에 언급했던 설문조사에서 임원의 11%만이 100% 재택근무를 희망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실제로 팀 글로와는 재택근무의 연장을 정하는 데에 있어 “관리자급 인원과 비관리자급 인원 사이의 대립하는 힘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유명 회계 자문 회사인 그랜트 톨손의 HR 부서 임원이다. 직장 내 유연성을 확대하고 싶어하는 일반 직원과 이들을 사무실에서 관리하는 것이 더 익숙한 임원진 간의 긴장 상태가 조성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CEO가 구체적인 하이브리드 형태를 강구하는 데에 있어 고려해야 할 여건이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주요 정책결정자가 샤이브리드가 되는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마치며

그러나 각 기업의 CEO와 임원은 이번 오미크론과는 무관하게 앞으로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마냥 변화에 하나하나 대응하기에는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임원과 직장인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이 미래에는 기술과 혼합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그 사이 어딘가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어떤 기업이 용기 있고 결단력 있는 기업이 먼저 샤이브리드를 탈출하여 진정한 의미의 하이브리드 일자리를 선도할 것인가. 이를 같이 앞으로 지켜볼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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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오형진

에디터

UCLA에서 경제학과 국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https://blog.naver.com/dekop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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