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아세안 투자방식, 앵커 비즈니스
기존 한국 대기업의 아세안 투자는 주로 아세안에 공장을 짓고 자사 상품을 생산하는 방식이거나, 현지 법인을 두고 국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이다. 물론 이와 같은 방식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자사 주력 분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력 분야 시장을 확대하거나 변화를 주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즉, 자사가 잘하는 것을 현지에서 다시 반복하는 것에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진행 중인 SK의 아세안 투자 방식은 기존 대기업 방식과 다르다. SK는 아세안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가는 그랩(Grab)과 같은 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마산그룹, 빈그룹과 같은 거대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특히 마산그룹과 빈그룹에는 약 15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SK는 생산 설비를 아세안에 짓는 기존 투자 방식이 아닌, 현지 기업에 지분을 확보하는 앵커 비즈니스 형태로 투자하고 있다.
앵커(Anchor) 비즈니스란 SK 내부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현지 기업과 손을 잡고 사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SK가 마산그룹과 빈그룹 등 현지 기업에 지분 투자를 통해 사업을 시작한 것은 그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SK는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M&A, 조인트벤처, 합작사,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SK는 주요 계열사 출자를 통해 동남아 투자법인을 세운 뒤, 새로운 현지 기업에 투자할 때마다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해 투자한다. 이런 앵커 비즈니스 방식을 통해 SK는 성공한 현지 기업과 협력을 통해 투자 성공 확률은 올리고, 리스크는 낮추고 있다. 또한 자신이 다루지 않았던 업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용이하다.
SK 앵커 비즈니스의 첫 번째 대상, 마산그룹
SK 앵커 비즈니스 대상이 된 첫 번째 기업이 바로 베트남의 마산그룹이다. SK는 국민연금과 IMM인베스트먼트와 합작으로 4억 7천만 달러를 투자해 마산그룹 지분 9.5%를 확보했다. 그렇다면 마산그룹은 어떤 기업일까?
베트남 식료품 업계 1위에도 끊임없는 사업 확장
마산그룹은 베트남 종합 식음료 분야 1위 기업인 동시에 축산, 광물, 금융업 등을 아우르는 베트남 민간 대기업이다. 빈그룹과 함께 베트남에서 가장 큰 민간 기업 중 하나로 앞으로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SK 지분 투자는 이를 예상한 결과다)
창업주인 응우옌 당 꽝(Nguyen Dang Quang) 회장은 90년대에 러시아 내 베트남인을 대상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팔아 성공했다. 이후 베트남에 들어와 식료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라면을 시작으로 각종 소스, 커피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모두 베트남 내 1, 2위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피쉬 소스와 간장 등 베트남 음식에 알맞은 조미료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M&A를 통해 다양한 식품군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2011년 ‘비나카페 비엔 호아’를 인수해 음료 시장에 진입하는 등 M&A 경험이 있다. 또한 최근 5년 간은 맥주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축산 업계의 강자
2015년 가축 사료생산업체를 인수해 축산사료 생산에 뛰어들었다. 최근 몇 년 가축 가격의 하락으로 사료 사업이 축소돼 그 영향을 받긴 했으나 이후 3F 사업에 뛰어들어 매출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3 F 사업이란 Feed-Farm-Food(사료-농업-음식)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료 생산부터 양돈 농장, 신선육 제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의미한다. 현재 베트남은 ASF(African Swine Fever,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병과 함께 마산그룹 축산사업 자체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환경이 좋지 않다. 하지만 마산그룹은 3F 사업으로 낮은 원가, 높은 질의 상품 생산을 통해 이를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산업, 금융업 또한 마산그룹의 주요 산업
마산그룹은 식료품 관련 사업 외에도 광산업과 금융업에 진출해있다. 특히 광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텅스텐 광산 중 하나인 누이파오 광산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업계를 과점 중인 중국 기업을 제외하고는 가장 잠재력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물론 주요 광물의 세계 시세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텅스텐을 주요 품목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전망은 밝다.
마산그룹은 베트남 최대 규모 민영 은행 TCB 지분을 15%가량 보유 중이며, 이를 통해 베트남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투명한 회계와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베트남 타 은행보다 해외 자본 유치에 유리한 위치에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
마산그룹의 뛰어난 경영능력
마산그룹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고, 진출한 과정에서 경영능력 또한 돋보이는 기업이다. 빈그룹이 부동산업의 안정성 바탕으로 타 업종에 진출했다면, 마산그룹은 필수 소비재인 식료품공업의 안정성으로 다른 업종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또한 식료품에 만족하지 않고 축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 축산업의 위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능력, 광산업과 금융업 등 미래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투자, M&A를 보면 경영진의 능력을 알 수 있다.
SK는 왜 마산그룹을 택했을까?
SK가 첫 번째 대규모 투자대상으로 마산그룹을 택한 이유는 보통 크게 2가지로 예측한다.
먼저 마산그룹이 가지고 있는 베트남 내 사업 기반을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SK의 주력 사업은 정보통신, 반도체, 석유화학 등으로 내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내수에 의존하는 한계에서 탈피하고 안정적인 베트남 내 사업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마산그룹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SK는 2000년대 초반 베트남 내 통신사업에 뛰어들어 실패한 경험이 있어 더욱더 그러하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SK는 마산그룹의 베트남 내 네트워크 외에도 다양한 업계에 대해 활발한 마산그룹의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SK가 마산그룹에 투자했다. 앞서 보았듯 마산그룹은 M&A를 통한 사업확장에 능하고 이를 통해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앞으로 베트남 내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이루어지는 경우, 마산그룹의 이런 경험과 능력은 빛을 발하게 될 것인데 이 과정에 SK가 참여하여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 마산그룹과 손잡았다는 것이다. 또한 마산그룹 이후 빈그룹까지, 베트남 내 가장 큰 민간기업 두 군데에 SK가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AseanBizLab Insight
SK의 마산그룹 투자를 조사하면서 느낀 것은 SK는 정말 안전하게 사업영역과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분 투자를 활용한 SK 앵커 비즈니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투자 방법이지만, 그만큼 안정적이다. 또한 베트남 대기업은 다양한 분야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SK는 이를 통해 기존 주력사업 외에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SK는 앵커 비즈니스 방식을 통해 베트남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동시에 혁신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SK 전략은 굉장히 뛰어나며 순항 중이라 생각한다.
참고자료
https://baotintuc.vn/doanh-nghiep-san-pham-dich-vu/sk-group-la-doi-tac-chien-luoc-cua-masan-group-20181003150035800.htm
http://g-enews.com/view.php?ud=201809291826057966428b74b45e_1&ssk=pcmain_0_1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1&t_num=13485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9/05/17/2019051700003.html
http://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1908230100040920002527&svccode=00
마산그룹(MSN VN) 2Q19 review – 삼성증권
SK그룹 분석과 주요 크레딧이슈 – NICE신용평가
미래에셋 Daily, 2019/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