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의 창업자는 많은 이의 선망의 대상이다. 실리콘밸리 공룡이라 불리는 FAANGs(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의 창업자들은 미국 아이비리그는 물론, 전 세계 많은 청년의 롤모델이다.

창업을 위해서는 흔히 3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 돈 그리고 아이디어다. 스타트업 창업자 네트워킹에 가면 이 3가지 중 어느 게 더 중요한지, 자신의 팀은 어떤 것을 갖췄는지 등 열정적인 토론이 이뤄진다.

나 역시 2016년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했을 때 많은 창업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눴던 많은 창업자는 3가지 중 ‘아이디어’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고통받는 창업자와 소주잔을 기울일 때면 크게 2가지 주제로 푸념을 털어놓는다.

“비즈니스는 말이야. 결국 사람이야…”

혹은

“비즈니스는 말이야. 결국 돈이야…”

라고 말이다.

창업에 필요한 3가지라고 했지만, 사실 3가지 다 갖춰도 어려운 게 비즈니스다. 무수히 많은 파도를 지나야 보물섬에 도착할 수 있다. <도밍고컴퍼니>를 만들며 만났던 몇 차례 파도를 떠올리면 3년이 지난 지금도 급격히 우울해질 자신이 있다.

폴 그레이엄. / 유튜브

성공적인 창업자이자 개발자 그리고 투자자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2005년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 회사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이하 YC)다. 이후 YC는 에어비앤비(Airbnb, 숙박 공유 서비스), 드롭박스(Dropbox, 파일 공유 서비스), 트위치(Twitch, 게임 방송 서비스) 등 현재까지 17개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억 달러가 넘는 비상장 기업)을 만들었다.

특출난 몇몇 천재들의 길이었던 스타트업은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인프라가 퍼지면서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다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 됐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는데, 특히 YC는 스타트업 성공의 보증수표로 불리는데, YC 출신 창업자 4천여 명이 서로 돕는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미미박스 등 YC를 졸업한 한국 스타트업 덕분에 YC가 한국에 알려지기도 했다.

YC Top Companies List. / YC

IT 공룡들이 전 세계에서 고객을 끌어모으고, 클라우드 서비스로 데이터를 모조리 긁어모으며, 잘 성장한 스타트업은 국가는 물론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 이에 따라 각 국가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 인프라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아세안도 예외는 아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를 알아본다.

한국 정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식 지원사업을 채택했다. TIPS 프로그램(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이스라엘식, 이하 팁스)은 팁스 운영사(민간 액셀러레이터)가 1억 원 내외 엔젤투자한 스타트업에 9억원 추가투자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투자 방식은 운영사의 단계별 엔젤투자에 매칭방식으로 창업팀당 최장 3년간 투자 1억 원, R&D 5억 원 및 추가투자 최대 4억 원을 지원한다.(창업자금 1억 원, 엔젤매칭펀드 2억 원, 해외마케팅 1억 원)

팁스 운영사로는 카카오벤처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부터 포스코,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 학계 그리고 프라이머, 본엔젤스, 더벤처스 등 국내 주요 액셀러레이터가 함께한다.

팁스

팁스는 매년 신규 250개팀 내외를 선발하며, 예산 1621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신규 팁스 팀은 256개 팀이다. 정부의 대표 창업지원사업인만큼 다른 사업 대비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최근 청년실업 문제가 더 커지면서 2018년, 팁스 후속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팁스를 졸업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포스트팁스(Post-TIPS)다.

포스트팁스 지원 대상은 팁스 최종평가 결과 “성공” 판정받은 기업 중 후속 민간투자 10억 원 이상을 유치한 졸업기업으로 팁스 성공판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팁스 프로그램 성공판정 기준>

①사업화에 따른 연간 매출액 10억 원 이상, ②연간수출액 50만 달러 이상, ③상시근로자 20인 이상, ④후속투자 유치(20억 원 이상), ⑤M&A(10억 이상), ⑥코스닥(코넥스 포함) 등 IPO.

6개 기준 중 1개 이상 달성 시 성공 판정

한국 정부는 팁스 외에도 창업사관학교 등 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은 물론, 액셀러레이터 등록 제도를 통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등 창업 인프라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1. 셀랑고르 액셀러레이터(Selangor Accelerator Program, SAP)

셀랑고르 액셀러레이터. / 셀랑고르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다. SAP는 4개월 프로그램으로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요건제품)가 있는 설립 3년 이하 말레이시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다. AI, 블록체인, IoT, 스마트시티, 전자상거래 등 떠오르는 기술 분야 스타트업을 우대한다.

MVP를 단단히 만들기 위해 멘토, 강의, 공간 등을 지원하며, SIP(Selangor International Pitch)라는 데모데이 참가 자격을 준다. 2018년 SIP 우승상금은 2만 6천 달러, 우리 돈 약 3천만 원이었다.

2.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Global Accelerator Program (GAP))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 GAP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4년, 핀테크 및 스타트업을 육성하고자 액셀러레이터 기관 매직(Malaysian Global Innovation & Creativity Centre, MaGIC, 말레이시아 글로벌 혁신 & 창조 센터)을 설립했다. 말레이시아 재무부 산하 기관인 매직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10개국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말레이시아 핀테크 스타트업과 규제 샌드박스)

GAP는 매직에서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으로 4개월간 진행된다. 항공비, 숙박, 마케팅 비용과 월급 등을 지원하며, 멘토링, 네트워킹, 데모데이 등 액셀러레이터가 갖춰야 할 프로그램을 갖췄다.

MS, 아마존, IBM 등 IT 기업들과 제휴로 크레딧을 제공한다.

3. 사이버뷰 리빙랩 액셀러레이터(Cyberview Living Lab Accelerator)

사이버뷰 리빙랩. / 사이버뷰

말레이시아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사이버 자야(Cyberjaya)’를 운영하는 사이버뷰는 글로벌 테크 허브로 자리 잡았다. 사이버뷰 리빙랩은 2013년 모바일 앱, 게임, 소셜 등 16개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1337개 벤처를 키웠다.

리빙랩은 멘토링, 공간, 네트워킹 등을 지원한다.

마무리

강한 정부와 약한 정부 중 더 ‘좋은’ 선택은 없다. 다만, 각 국가의 환경과 문화에 맞게 더 ‘적절한’ 선택은 있을 수 있겠다.

정부가 직접 관여해 스타트업 산업을 육성하려는 선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 환경을 경험하며 내부 환경을 본 결과 정부의 의지가 온전히 창업자에게 전달되는지는 의문이다.

다음 주에는 민간 액셀러레이터 소개와 함께 돌아오겠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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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편집장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비즈니스 전문가를 추구합니다. 와레버스에서 IT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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