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1 – 정부편>에서 이어지는 글이다. 지난 글에서는 한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를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 민간 액셀러레이터


지난 글에서 한국 정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팁스(Tips)>를 소개했다. 한국 정부가 많은 창업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메인 프로그램인 팁스가 민간창업주도형인 만큼 굵직한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팁스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5월 기준 팁스 운영사는 총 47개다. 팁스 운영사로는 카카오벤처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부터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 학계 그리고 프라이머, 본엔젤스, 더벤처스 등 국내 주요 액셀러레이터가 함께한다. 팁스에 참여중인 주요 민간 액셀러레이터를 알아보자.

프라이머 파트너. / 프라이머

◆ 프라이머

프라이머(Primer)는 인터넷 벤처 1세대가 주축이 돼 설립된 국내 최초 액셀러레이터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고 후배 창업가들에게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17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권도균 대표는 결제 서비스 이니시스 창업자로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프라이머 설립 목표에 맞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다 보면 프라이머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프라이머 클럽이 되면 약 5천만 원 투자 및 팁스 투자 연계를 지원한다. 또한, 프라이머 내 교육과 프라이머 클럽과 교류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멘토링 후 프라이머 데모데이에 설 자격이 주어지는데, 프라이머 데모데이는 투자자, 언론 등에서 집중하는 스타트업 행사다.

프라이머 클럽 출신으로는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 ▲애드투페이퍼 ▲아이디어스 ▲숨고 등이 있다.

본엔젤스 파트너. / 본엔젤스

본엔젤스는 창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경험있는 파트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엔젤스의 파트너들은 직접 창업을 한 경험에서부터, 투자유치, M&A 그리고 IP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들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오랜기간 스타트업 업계에 몸담으며 많은 창업자들 및 투자자들과 교류해 왔습니다.

본엔젤스는 파트너들의 넓고 깊은 경험들을 토대로 초기 기업 창업자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조력을 다합니다.

◆ 본엔젤스

본엔젤스(BonAngels)는 2007년 설립된 한국 최초 초기(Early Stage)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이다. 본엔젤스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단일 펀드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 펀드도 운용하지 않고, 오로지 투자사에만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동남아 시장에도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

창업자 출신으로만 구성된 파트너 그리고 대부분 개발 경험을 가졌다. 심사역 역시 기술을 이해하는 커리어를 가졌다. 다음은 2017년 <테헤란로펀딩클럽>에 참여해 강석흔 대표가 발표한 내용이다.

“10년간 총 114개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평균 월 2개씩 투자한다. 그중 11개 회사가 M&A됐다. 보통 콜드 메일로 일 년에 1천개 정도 들어온다. 그 외 네트워크로 소개받아 검토하는 것 등 해서 연간 2천 개쯤 본다. 전체 보는 것 중 1%만 투자하는 셈이다.”

“스타트업창업자들에게 좋은 평판을 쌓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렇게 해서 창업자들에게 최우선 선택을 받는 VC가 되고 싶다. VC로서 우리도 계속해서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변화 발전하지 않으면 다음번 펀딩을 기약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

지난 3월 본엔젤스 오픈오피스에 다녀왔다. 본엔젤스가 심사역을 뽑기 위해 본엔젤스를 홍보하는 자리였다. 강석흔 대표는 2년이 지난 2019년에도 2017년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본엔젤스는 평판을 중요시한다는 것, 그리고 이공계를 선호한다는 것. 당시에도 꾸밈없이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진심이 창업자들에게도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본엔젤스 역시 본엔젤스 투자사들과 서로 돕는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본엔젤스 출신으로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조이코퍼레이션 ▲마이쿤(스푼라디오) ▲카닥 등이 있다.

이런 액셀러레이터와 밴처캐피털이 중요한 이유는 업계 네트워크는 물론 후속 투자 문제도 있다. 내가 기자 생활을 하며 만났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더 좋은 제안도 있었지만, 업계 평판과 미래를 위해서 본엔젤스 투자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좋은 액셀러레이터와 밴처캐피털을 만나는 것은 향후 비즈니스에 중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2019.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밖에도 삼성전자 C랩, 한화 드림플러스, SK텔레콤 오픈콜라보 등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을 통한 신사업 발굴에 불을 켜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에서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청 자격은 “분사 창업 및 독립경영을 목표로 하는 사내벤처팀을 발굴․육성하고자 하는 대․중견․중소기업, 공기업”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자료를 보면, 앞서 소개한 곳 외에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많은 조직을 확인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민간 액셀러레이터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하게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민간 역시 에너지를 쏟고 있다. 특히, 강력한 대기업들의 생태계 조성이 눈에 띈다. 부동산, 통신사, 항공사 등 주요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애쓰고 있다.

썬웨이 이노베이션 랩. / 유튜브

◆ 썬웨이 이노베이션 랩(Sunway Innovation Labs, iLabs)

썬웨이 이노베이션 랩(이하 아이랩)은 말레이시아 대기업 썬웨이 그룹(Sunway Group)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다. 기업가정신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썬웨이 대학 등 여러 기관과 연결돼 있다.

썬웨이 그룹은 부동산 기업, 대학교, 벤처캐피털 등 12개 영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매직(Malaysian Global Innovation & Creativity Centre, MaGIC, 말레이시아 글로벌 혁신 & 창조 센터), 말레이시아 우버 그랩(Grab) 등과 MOU를 맺는 등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 디지 액셀러레이트(Digi Accelerate)

말레이시아 최대 통신사 디지(Digi)가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다. 4개월간 부트캠프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한다. 투자는 물론, 디지 고객 대상 비즈니스를 발굴한다.

아이디어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디지 인큡8(Digi Incub8)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6일동안 부트캠프로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이다. 디지 액셀러레이트는 매직, 우버와 함께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2016년 이후 데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튠랩 멘토. / 튠랩

◆ 튠랩(Tune Labs)

에어아시아(Air Asia)를 소유한 튠 그룹(Tune Group)에서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 튠랩이다. 2015년에 설립된 튠랩은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액셀러레이터 대상으로 삼는다. 모바일, 여행,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영역에서 활동한다.

아쉬운 점은 2016년 이후 튠랩 데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토니 페르난데스(Tan Sri Tony Fernandes) 에어아시아 회장이 멘토로 등록돼 있고, 튠 그룹 홈페이지에도 튠 랩이 등록돼 있다. 튠랩이 왕성히 활동한다면, 말레이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마무리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기 위해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그리고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다. 그런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 대기업의 힘이 필요한 것이 이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긍이 된다.

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도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어쩌면 이 둘을 가르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가?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변하고 있다. 점점 다양해지는 생태계를 멍하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도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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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편집장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비즈니스 전문가를 추구합니다. 와레버스에서 IT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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