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는 2018년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와 근본적 원인 및 전 세계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링크: http://aseanbizlab.com/?p=353)

그 이야기의 2부인 이 포스팅에서는 무역전쟁의 영향에 다각도로 접근해볼 것이다. 특히 이 대립이 과연 궁극적으로 아세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지역 경제 연합체인 유럽연합(이하 EU)의 사례를 참고할 예정이다.

개요

  1. 고통받을 아세안, 하지만 아주 잠시만…
  2. 잠깐, 미국과 중국 싸움 말리지 말자고??
    •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는 아세안
  3. 무역전쟁이 시사하는 점과 아세안의 대처 (Feat. EU)

고통받을 아세안, 하지만 아주 잠시만…

두 강대국 사이에서 위태로워 보이는 아세안 / Dr.Aland Mizell의 개인블로그 일러스트레이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전 세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위의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미국과 중국, 두 경제 대국의 영향권 안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는 전무하기에 그들 사이의 경제적 긴장 상태는 국제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화 시대로 인하여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시대적 배경은 이러한 상태가 더욱 빠르게 전이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퍼뜨리게 되었고 이는 각 나라의 증권시장 상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증권시장은 미래수익과 비용을 예측하여 가격을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거래를 한다. 그러므로 불확실성은 이러한 계산을 힘들게 하여 결국 가격의 왜곡을 일으킬 수 있어 증권시장에 있어 커다란 위협요소가 된다. 이러한 경제적 피해는 아세안이 다른 국가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아세안의 금융 상태를 보여주는 스트레이트 타임스 인덱스 (이하, STI)는 미·중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요동치게 되어 많은 기업과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고 있다. 실질적인 예로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5월 6월 트럼프가 대중 관세를 늘리겠다는 트위터 포스팅 하나에 하루 만에 3포인트 퍼센트가 떨어졌다.

미국 대통령 트위터의 위력. 하루 만에 3퍼센트 포인트가 뚝 떨어진 STI / MarketWatch

이렇듯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확실한 것은 좋을까?

정답만 얘기하자면 아니다. 오히려 이 확실한 것은 아세안 입장에선 더욱 위협으로 다가온다. 그 하나 확실한 사실은 바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량이 감소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 대립 구도를 본격화한 이후 양국 간 연이은 관세품목의 확장과 관세율의 증가로 인하여 무역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량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이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하여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온 아세안 국가들에게는 큰 타격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아래 그래프는 무역전쟁으로 인하여 나라별로 2019~2020년도 평균 GDP 피해를 예측한 결과이다.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해외에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를 비롯하여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타 아세안 국가들도 관세로 인해 줄어든 무역으로 인하여 손실을 볼 것을 보여준다.

전세계 GDP에 악영향을 미치는 무역전쟁 / SCMP


잠깐, 미국과 중국 싸움 말리지 말자고??

하지만 전 지국적 경제 혼란 속에서 파격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아세안에 미치는 무역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며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아세안이야말로 이 혼돈 속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아세안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유망시장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태까지 통계와 자료는 그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는 아세안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1990년대 이후 중국은 그 당시 선진국에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그 점을 간파한 중국 정부는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동시에 투자하려는 해외기업에 공장의 현지인 취업 및 산업기술 공유 등 중국 기업에 유리한 여러 조건을 붙인다. 불리한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직접투자(이하 FDI)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엄청난 규모의 저렴한 중국 노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인건비로 인하여 본국에서 높은 생산비용으로 골머리를 앓던 선진국의 기업들에게 중국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하여 중국의 중산층은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고 결국 1990년대 이후 매년 10% 이상 폭풍 성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달성한다.

하지만 오히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이 요소들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의 경제둔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먼저 탄탄한 중산층은 경제 성장을 이끌었고 경제 성장은 물가의 상승을 야기하였다. 그로 인해 노동력의 가격인 임금 또한 자연스레 증가하게 되어 중국이 더는 이전만큼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내세웠던 해외투자 승인 요건 중 하나였던 기술력 이전은 지금의 미국 정부로부터 불공정 무역의 요인으로 지목되어 무역전쟁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중국경제의 발전 및 둔화와 맞물려 무역전쟁으로 인하여 ‘Made in China’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에 많은 다국적기업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부합하는 대체 시장이 바로 아세안이다.

아세안은 중국이 1990년대 가지고 있던 매력요소인 대규모의 저렴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 6억 5천만에 육박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아세안 연합은 과거 중국과 같이 인건비가 저렴하다. 더불어 이들의 평균연령 또한 매우 낮은데 이는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 즉 뉴노멀 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에겐 1990년대 중국보다도 어쩌면 더 매력적인 투자처일 것이다. 그러기에 아세안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무역전쟁 이전에도 신흥시장으로써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실제로 UNCTAD에 의하면 미·중 간의 관계가 나빠지기 이전에도 아세안 시장으로의 해외투자 유입은 전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하여도 압도적인 수치였다고 한다.


FDI의 유입이 두드러지는 신흥아시아 시장. 아세안이 이 중 비중이 크다. / Nikkei Asian Review

이런 순조로운 성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오히려 아세안에 기회가 되었다. 그들의 매력요소들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였던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의 다국적기업에 무역전쟁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하여 부과되기 시작한 관세규제에 EU 기업의 3분의 1가량이 영향을 받는데 BMW와 벤츠도 그 많은 기업 중 하나이다. 더군다나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 대기업들은 중국에서의 공장 및 생산기반시설을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가져가게 되는데 아세안의 국가들이 이 현상의 수혜자가 된 것이다. 실제로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파나소닉, 스티브 메이든, 델타, 카야메틱스 등 유수의 기업들은 아세안으로 생산기반 전체 혹은 일부를 옮겼으며 이 현상은 두 거대국이 긴장 상태를 지속할수록 더욱더 현저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싱가포르가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생산기반시설의 재배치로 인해 이익을 챙길 주요 국가 / BRINK


이런 통계와 주장을 듣자 하니 아세안의 국가 수장이라면 무역전쟁을 지속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전략적 선택 같다. 하지만 과연 긴장 상태가 장기화하면 좋기만 할까? 이 대답을 하기 위해선 무역전쟁의 본질적인 성격과 그의 선례인 유럽연합을 봐야 한다.

무역전쟁이 시사하는 점과 아세안의 대처 (Feat. EU)

무역전쟁의 표면적인 대립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다툼이다. 하지만 1부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는 패권국을 가리기 위한 다툼이며 누구든지 승리를 하게 된다면 최소한 반세기 동안은 그 승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규모 무역전쟁에서 누가 승리를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놓치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세계를 대하는 가치관의 문제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느 한 국가가 승리하게 되어 패권국이 된다면 전 세계가 한동안은 그들의 새로운 질서에 동조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무역전쟁이 끝난 그 이후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이들이 현재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자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최근 보여준 행보는 1990년대 이후 보였던 신자유주의 및 세계화와는 사뭇 다른 그림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우파 정당인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자국 우선주의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지난 몇세기 동안 세계화를 주도하며 세계 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의 가치관과는 상반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경제적 이유를 들며 세계 기후 변화를 예방하고자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였다. 지난 세기 동안 WTO 및 UN 등의 국제기구의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미국이 범지구적 협약에 탈퇴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표면적으로 WTO의 규칙을 따르면서 국제화에 일조하겠다고 공표한 중국이지만 그들의 계속되는 공정무역 위반 사례를 보면 그들의 선언을 신뢰하기 쉽지만은 않다. 또한 그들의 대규모 정부 투자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태도는 협력하는 인접국들의 걱정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는 2014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경제권 구상이다. 중국은 인접 유라시아 국가와의 경제적 협력을 통해 21세기의 실크로드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현재 44억여 인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중국정부가 일대일로는 매우 중국 중심으로 추진되어 주변국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로 인해 협력국가의 과도한 부채 사용을 야기하였고 이는 결국 중국의 경제 주권 침해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는 자국을 우선으로 하는 중화사상이 여전히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당선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는 트럼프 정부 / BBC

두 나라의 관점이 저렇기 때문에 어느 누가 패권국이 되어도 무역전쟁 이후의 새로운 세계 질서는 지금보다 균열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균열화는 세계 경제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설립된 아세안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아세안 연합의 치명적 요소는 현재 다른 경제, 정치 연합체인 유럽연합에서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무역전쟁이 끝나지도 않은 현재, 벌써 유럽연합 내부에서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내부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EU의 실질적인 주요국으로 꼽히는 독일과 프랑스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이견이 생겼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프랑스는 EU의 기본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것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비판하는 것으로 실제 마크롱을 필두로 한 프랑스 정부는 미국과의 개별 협상을 거절한 상태이다. 독일도 표면적으로 이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독일이 무역전쟁으로 입고 있는 경제적 손실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에 관세가 매겨지기 시작하였고 독일의 주요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도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 정부는 마냥 미국 정부를 비판할 수 없다. 그렇기에 독일 정부는 미국과의 개별적인 대화를 하나의 전략으로 자신의 패에 두고 있다. 이 둘의 입장 차이는 통합적 의사결정체제를 구성한 EU에조차 커다란 균열을 불러일으킬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다정해 보이지만 속은 불편할 독일의 메르켈 총리 (왼쪽) 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오른쪽) / TheGuardian

그렇기에 EU보다 문화적으로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통합적인 통화체제를 갖추지 못한 아세안은 연합체의 존속까지도 걱정해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와 직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아세안 소속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국가의 이익을 먼저 챙길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캄보디아와 라오스, 그리고 미얀마는 중국의 편에 서면서 얻을 이익이 많지만 베트남은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과연 그들은 연합체로써 맞이하는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어떻게 대처할까? 위기를 잘 대처하여 경제 통합에 대한 불신을 확신으로 바꿔줄 것인지, 혹은 EU와 더불어 경제 세계화의 꿈은 불가능한 것임을 증명하는 최초의 사례가 되어 역사책에 남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눈이 간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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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오형진

에디터

UCLA에서 경제학과 국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https://blog.naver.com/dekop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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