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주식을 따라서 사는 건 초보 투자자에게 위험한 행위다.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는 걸 추천한다. 내가 잘 아는 기업을 소개한다. 절대 종목 추천이 아님을 밝힌다. [편집자 주]

2015년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 Inc.) 체제로 변환했다. 여전히 알파벳보다는 검색엔진 구글이 익숙하지만 알파벳이 단순히 검색엔진 ‘구글’이라기엔 다른 서비스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알파벳의 동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마치 유튜브와 안드로이드처럼 말이다.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그동안 투자하지 않은 회사 중 가장 후회된 기업이 바로 알파벳이다. 사회생활 시작을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하며 구글의 영향력 속에서 살면서도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파벳은 투자 관점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에 알아둬야 할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지주회사 알파벳이 고른 자회사에 관해 알아본다.

알파벳 구조

알파벳이란 지주회사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알파벳의 대략적인 그림을 보자.

<그림1> 알파벳 ./ CB Insights

알파벳은 구글 외에도 10개가 넘는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알파벳 10-K 리포트를 보면 <그림1> 왼쪽에 위치한 구글 서비스가 알파벳의 대부분 수익을 담당하는 것은 맞다. 알파벳 전체 수익의 90%가 넘는 비중을 담당하고 있으니 알파벳의 현재는 구글이 맞다. 게다가 여전히 구글 광고 등은 성장 중이니 짧은 미래의 알파벳은 구글일 수 있겠다.

하지만 무인자동차 기업 웨이모, 죽음을 막기 위한 기업 칼리코,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등을 당장 수익이 구글 대비 부족하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구글 벤처스가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며 새로운 구글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럼 구글 외 알파벳의 자회사를 조금 더 알아보자.

알파벳 자회사

지난 2021년 10월 27일 발표된 2021년 3분기 알파벳 10-K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서비스 외 알파벳 자회사는 ‘Other Bets’라는 이름으로 소개된다. 그리고 이 숫자는 구글 전체 분기 매출인 651억 1800만 달러 중 1억 8200만 달러로 0.27%에 불과하다. 분기 매출 2158억 원이라는 숫자가 이렇게 작고 귀여워 보일 수 있다.

<그림2> 2021년 3분기 알파벳 실적 ./ 알파벳 10-K 보고서

그럼 작고 귀여운 알파벳의 ‘Other Bets’를 만나보자.

■ 웨이모

웨이모(Waymo)는 2009년 구글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이후 2016년 알파벳에 편입돼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웨이모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구글 서비스와 시너지는 행복한 상상이 될 것이다.

<그림3> 웨이모 ./ 웨이모 홈페이지

웨이모는 그동안 2천만 마일 이상을 자율주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했는데, 지난 4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옛 내비건트 리서치)가 발표한 ‘자율주행 선두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은 전 세계 1위다.

<그림4>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 자율주행 순위 ./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

하지만 웨이모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건 아니다. 2020년 상용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큰 비난을 받으며 경영진이 교체되기도 했고, 2021년 12월 현재도 상용화되지 못했다.

테슬라를 필두로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과연 웨이모가 성공적인 모습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

■ 칼리코

칼리코(Calico)는 2013년 설립된 바이오 기업이다. 칼리코는 ‘캘리포니아 생명 기업(California Life Company)’의 약자다. 구글 창업자들은 노화의 비밀을 알아내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칼리코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들의 목표는 500살이다.

하지만 500살로 향하는 칼리코의 성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간하는 ‘테크놀로지 리뷰’지는 칼리코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학회 등에서 간간이 밝힌 연구 내용 등을 토대로 “칼리코의 연구·개발(R&D)은 두더지쥐, 효모 같은 실험 생물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벌거숭이두더지쥐이다.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 사는 이 동물은 몸길이가 8cm에, 이름 그대로 털이 거의 없다. 땅속에서 마치 개미처럼 우두머리 암컷을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보잘것없는 동물이다. 하지만 수명은 32년으로, 같은 크기의 다른 쥐보다 10배 이상이다. 사람으로 치면 800세 이상 사는 것이다. 암에 걸리지도 않고, 통증도 느끼지 않는다. 칼리코는 근처 ‘벅 노화연구소’에 위탁해 벌거숭이두더지쥐를 키우며 연구하고 있다.

<그림5> 칼리코

칼리코가 주목한 두 번째 생물은 빵이나 술을 빚을 때 들어가는 발효 세균인 효모다. 칼리코의 최고과학책임자인 데이비드 보트스타인 박사는 MIT 강연에서 효모를 배양하면서 오래된 세포를 분리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효모는 감자에서 싹이 나듯 나이 든 세포에서 새로운 세포가 돋아나 증식한다. 그는 오래된 세포와 새로 나온 세포에서 작동하는 유전자가 어떻게 다른지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수명을 연장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베일에 감춰졌지만 100살, 200살이 아닌 500살을 목표로 하는 칼리코의 행보에 많은 것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 딥마인드

2010년에 설립되고 2014년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회사다. 이세돌과 대전한 알파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 회사 중 하나다.

알파고는 업계에서 지겹도록 듣는 상징적인 알고리즘이다. AI는 몰라도 알파고는 알 정도니 딥마인드는 기술만큼 마케팅 역량도 뛰어난 것 같다.

2021년 12월 구글 딥마인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 대상은 수학이다. 지난 2021년 12월 2일 구글 딥마인드와 영국 옥스퍼드대, 호주 시드니대 공동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인간 직관을 이끌어 이뤄내는 수학 발전(Advancing mathematics by guiding human intuition with AI)’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딥마인드는 이 보고서에서 “AI 시스템은 수학 패턴을 발견하고 명확히 하는 데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학자들과 협력해 AI가 어떻게 인간 직관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차원의 창의성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림6> 딥마인드 경영진 ./ 딥마인드

앞서 2개 자회사와는 달리 딥마인드는 지난해 4천600만 파운드 흑자를 달성했다. 딥마인드가 연간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4년 구글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다. 딥마인드의 매출은 전부 알파벳 프로젝트를 통해 올리고 있다. 알파벳의 상용 프로젝트에 자사 기술을 적용하는 대가가 주 매출원이다. 이렇게 자회사 사이 시너지를 내는 게 알파벳의 주요 전략 중 하나가 아닐까.

지난 2021년 12월 8일 인스타그램은 알고리즘을 제외한 앱을 출시하겠다 밝혔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이 시대 화두 중 하나다. 

앞서 딥마인드는 환자 데이터 제공 논란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기술력을 떠나 윤리 문제에서도 딥마인드가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마무리

자율주행, 인류 노화, 수학 문제 등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 난제를 푸는 알파벳의 자회사들을 알아봤다. 이들을 ‘Other Bets’라 부르며 재무제표에 작고 귀여운 숫자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알파벳의 미래를 논하는데 적절한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안드로이드를 선택해 모바일 시대를 이어갔던 알파벳처럼 빅브라더의 안목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투자 방법 아닐까.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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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편집장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비즈니스 전문가를 추구합니다. 와레버스에서 IT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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