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주식을 따라서 사는 건 초보 투자자에게 위험한 행위다.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는 걸 추천한다. 내가 잘 아는 기업을 소개한다. 절대 종목 추천이 아님을 밝힌다. [편집자 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을 우리는 비즈니스라 부른다. 이 간단한 흐름이 확장돼 고객 유형이 많아지고, 제품의 유형도 그리고 판매 유형도 달라진다. 비즈니스의 각 접점에는 각기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고, 이에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여기에 이들 전문가를 고객으로 보는 또 다른 비즈니스가 탄생한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정말이지 신비롭다.

오늘 소개할 기업은 이런 비즈니스 흐름의 중요한 지점에 위치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고객 관계 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 불리는 영역의 최강자. 심지어 상장 주식 티커가 ‘CRM’으로 CRM 그 자체인 회사. 세일즈포스다.

세계 최강 CRM, 세일즈포스

1999년 시작된 세일즈포스는 2004년 상장돼 2022년 현재 CRM 분야 세계 최강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전세계 CRM 시장 약 20%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한다. 그 뒤를 오라클, SAP, MS, 어도비 등이 따르고 있으나 이들 4개 업체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세일즈포스보다 낮은 점유율이다. 

심지어 2016년 이후에도 세일즈포스는 지속해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림1> CRM 1위 세일즈포스 ./ 세일즈포스 투자의 날

◼︎ 세일즈포스 기능

2019년, 어떤 스타트업 엔지니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회사 업무는 세일즈포스로 시작해서 끝나요. 세일즈포스로 다 일합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무슨 기능이 그렇게 좋은가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세일즈포스는 사기에요. 그냥 다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나는 엔지니어에게 부탁해 일하는 과정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는 내게 업무 과정을 간단히 보여줬다. ▲고객이 회사에 요청하는 과정 ▲이 요청을 엔지니어에게 할당하고 다시 고객에게 답변하는 과정 ▲고객의 레벨과 연결 단계를 적어둔 영업 절차 등 다양한 기능이 있었다.

<그림2> 세일즈포스 고객 계정 화면 ./ 세일즈포스 데모

세일즈포스는 CRM이라는 말 그대로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제공한다. ▲영업 ▲마케팅 ▲상거래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 회사가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데 편의성을 제공한다.

실무자가 작업하는 과정을 관리자는 한 눈에 대시보드로 볼 수 있다. 대시보드를 제공하는 게 혁신적인 기능으로 이해되지 않을 수 있겠다. 대부분의 기능을 제공하는 정도로 이해하자. 놀라운 것은 다음 기능이다.

<그림3> 세일즈포스 대시보드 ./ 세일즈포스 데모

세일즈포스는 라이트닝 앱 빌더로 코딩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세일즈포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업무 시 영업 관리 기능을 만드는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 모두가 IT 이해도에 깊이를 가진 건 아니다. 고객에게 보다 친화적인 기능을 제공하고자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이때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큰 혼란을 겪는다. 작업 내용이 조금 바뀔 때마다 그동안 작업한 내용 전체를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심지어 개발자는 요즘 무척 비싸다.

<그림4> 세일즈포스 라이트닝 앱 빌더 ./ 세일즈포스 데모

때문에 노코딩 애플리케이션 빌더는 꽤 많은 도전자가 뛰어드는 시장이다. 세일즈포스는 이미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실무자들이 코딩 없이 기능을 만들 수 있다면 꽤 많은 비효율을 단축할 수 있다.

이때 세일즈포스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업무 시 큰 도움이 됐던 기억이 있다. 업무 효율성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압도적인 업계 1위 서비스를 참고하길 추천한다.

◼︎ 화려한 지표

세일즈포스는 매년 ‘투자의 날’에 자료를 배포한다. 지금 소개할 데이터는 지난 2021년 9월 ‘투자의 날’에 발표한 자료에서 가져왔다.

<그림5> 세일즈포스 포트폴리오 ./ 세일즈포스 투자의 날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포트폴리오다. 시장 20%를 차지한 기업이 이렇게 고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채 지속 성장하고 있다.

<그림6> 세일즈포스 퍼포먼스 ./ 세일즈포스 투자의 날

회계년도 2014년 41억 달러였던 매출은 2022년 263억 5천만 달러(약 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 평균 성장률 26%에 달한다.

◼︎ SaaS 창시자

한때 SaaS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SaaS는 Software as a Service의 약자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라는 뜻이다. 소프트웨어의 여러 기능 중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만 사용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말한다.

세일즈포스는 SaaS를 처음 상용화한 회사로 평가 받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대표가 있다.

<그림7>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 ./ 세일즈포스 유튜브

마크 베니오프는 15세에 게임을 만들어 판매했던 천재 프로그래머로 불렸다. 매킨토시 사업부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인연을 쌓았고,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에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의 오른팔로 일했다.

그렇게 경험을 쌓은 마크 베니오프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아이디어를 가지고 세일즈포스를 창업했다. 이후 월 65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CRM 서비스를 만들어 기존 ‘설치형 소프트웨어는 끝났다’는 캠페인으로 지금의 세일즈포스를 만들었다.

세일즈포스는 소프트웨어 사용을 위해 ‘인프라 도입, 소프트웨어 설치, 소프트웨어 관리’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설치형 소프트웨어의 절차를 모두 없앴다. 마크 베니오프는 ‘구독형 서비스’로 유명해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대를 알린 인물로 평가 받는다.

SaaS 외에도 마크 베니오프는 세일즈포스 플랫폼 위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모은 ‘앱 장터’라는 개념을 상용화했다. 이는 마크 베니오프의 멘토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리케이션 경제’를 만들라는 조언과도 이어진다. 

이처럼 세일즈포스는 다양한 기능과 화려한 지표 그리고 SaaS 창시자에 힘입어 CRM 분야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역시 여전히 배가 고팠는지 세일즈포스는 멈추지 않는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세일즈포스의 의존도를 지속해서 높여갔다.

인수합병으로 확장

지난 알파벳 글에서 다양한 인수합병 자회사를 알아봤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함께하는 건 현 시대 비즈니스에서 꽤 괜찮은 전략 중 하나다.

업계를 리드하는 세일즈포스 역시 이 전략을 취했다. 

<그림8> 인수합병 전략 성공 ./ 세일즈포스 투자의 날

세일즈포스는 인수합병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인수합병으로 다양한 고객 유형을 확보함과 동시에 기존보다 높은 성장률을 만들었다. 인수합병 사례 중 인상 깊은 세 가지 업체를 소개한다.

◼︎ 태블로

데이터 시각화 소프트웨어 업체 태블로는 데이터를 다양한 그림으로 시각화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지속 생산하는 세일즈포스는 태블로와 함께 데이터 시각화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태블로의 영향력이 세일즈포스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9> 태블로 소프트웨어 ./ 태블로 유튜브

◼︎ 슬랙

협업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슬랙’이 갖는 상징성은 상당하다. 때문에 슬랙의 행보에 업계는 굉장한 관심을 가졌다. 

2021년 세일즈포스는 슬랙 인수를 확정한 뒤 본격적으로 MS에 대항한다. 이미 MS 오피스로 세계를 정복한 MS는 MS팀즈와 링크드인 인수 등으로 업무용 소프트웨어 분야 강자로 경쟁력을 굳히고 있다.

슬랙 입장에서도 반전이 필요했다. MS팀즈의 빠른 성장세와 슬랙의 아쉬운 비즈니스 모델은 홀로 경쟁을 이어가기 벅차다는 평가였다. 

<그림10> 세일즈포스, 슬랙

이 글을 준비하며 세일즈포스와 슬랙의 인수 뉴스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했다. 하지만 인수 후 강력한 시너지의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고, 그 결과를 확인하기에 1년도 안 되는 시간은 다소 짧았다.

그러던 중 뜻밖에 인수 기업을 발견했다. 뮬소프트다.

◼︎ 뮬소프트

뮬소프트는 여러 데이터를 API로 통합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너무 기술자스러운 문장이겠다. 조금 더 풀어내면 여러곳에 저장된 데이터를 쉽게 모아서 비즈니스를 돕는 기술 서비스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림11> 뮬소프트 API 구조 ./ 뮬소프트 개발가이드

위 <그림11>을 보면 아래 각기 다른 회사 데이터가 있고, 위에는 모바일과 웹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위치한다.

API는 흔히 말하는 개발자 또는 프로그래머가 만드는 소프트웨어 중 하나다.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격을 만드는 것이다. 쉬운 API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보내면 정상적인 아이디와 패스워드일 경우 로그인이 되고, 정상적이지 않을 경우 로그인 실패가 반환되는 로그인 API가 있겠다.

뮬소프트는 API를 개발자 없이 UI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만들어진 API를 배포하고 모니터링하는 등 관리 기능도 있다.

<그림12> 뮬소프트 API 매니저 ./ 뮬소프트

API를 만드는 작업에 개발자의 코드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이 소프트웨어가 개발자를 모두 대체하는 건 아니다. API를 설계하는 일에도 개발자의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관리하는 업무도 개발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뮬소프트가 서비스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필요한 초급 개발자 수를 줄일 수는 있겠다.

<그림13> 뮬소프트 애니포인트 거래소 ./ 애니포인트 거래소

만들어진 API는 거래소에 등록해 공유할 수 있다. 뮬소프트에서도 미리 만들어둔 API를 거래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API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연 것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는 API를 만들고, 이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가능성이 열릴지 비즈니스맨이라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14> 뮬소프트 애니포인트 스튜디오

개발자로서 뮬소프트 서비스를 둘러보며 세일즈포스가 여전히 잠재력을 가졌음에 놀랐다. 세일즈포스는 물론 인수된 여러 기업이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세일즈포스의 방향성에 속도가 오르지 않을까.

마무리

SaaS 시장을 개척해 CRM 분야 최강자가 된 세일즈포스. 이후 매출 지표를 고르게 성장시키고 인수합병으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본격 확장 중인 2022년.

MS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지만 펜데믹 등이 판을 뒤집으며 여전히 기회는 남아있다. 업력 20년을 넘긴 세일즈포스가 다음 레벨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할 의미가 있는 기업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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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편집장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비즈니스 전문가를 추구합니다. 와레버스에서 IT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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