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우버(Uber)로 시작된 앱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함과 동시에 전세계 시장으로 진출하여 각 시장의 택시/운송 산업을 비롯해 사람들 일상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버는 미국 시장은 물론 현재 60개국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며 어느 시장에서든 쌓아온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여 시장 장악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2014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였던 우버는 4년 뒤인 2018년, 아세안의 “우버” 그랩 (Grab)에 아세안 지부를 판매하고 철수하게 된다. 아세안 내 광범위하고 다양한 문화를 빠르게 수용하여 지역시장의 소비자들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이로써 앱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계의 골리앗인 우버를 밀어낸 그랩은 베트남 시장 내 92%의 시장 점유율을 뽐내며 그들의 아세안 시장 독점이 이루어지는 듯 하였다.
그런데 그랩제국의 그 꿈은 멀어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랩에 대한 베트남의 강력규제
2018년 12월, 베트남 택시업계인 비나선(Vinasun)은 베트남 교통수단법 위반을 이유로 그랩을 고소하였다. 택시 운송장번호 없이 택시업을 했다는 것이 고소의 핵심포인트였다. 그리고 2018년 12월, 베트남 법원은 비나선의 손을 들어주며 미화 20만 달러 상당의 벌금을 물리게 이른다.
이 벌금은 그랩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랩을 IT업 회사가 아닌 운송업 회사로 분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법원은 그랩과 고비엣(Go-Viet)과 같은 앱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회사들을 운송업으로 취급하는 법제정을 베트남 정부에 권고하였다. 이 법안이 실현 된다면, 현재 3%만의 세금을 내고 있는 그랩은 베트남 운송업계에 부과되는 30% 가량의 세금 폭탄에 맞게 될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베트남 경쟁위원회는 올초 그랩에 대한 독점 금지 조사에 착수하여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베트남에 불어오는 변화의 기운
이러한 베트남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은 자국 스타트업과 기존 운송업계를 보호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우버의 철수와 그랩에 대한 견제로 인해 베트남 공유차량 시장에 빈틈이 생기게 되었고 현재 이 부분을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로써 기존 택시업 회사인 비나선은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 규제 속에서 택시업계와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다.
한편 패스트고(Fast-Go)와 비(Be)는 베트남이 주목하고 있는 공유차량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그랩 규제로 인해 시장 진입과 비나선의 비교적 느린 기술 접목에 혜택을 보면서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 회사 모두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이루어냈다. 특히 패스트고는 현재까지 3만 대의 개인차량과 1000대 정도의 택시가 등록되어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상황에서 미얀마와 싱가포르 시장으로의 진출까지 계획 중에 있다.
ASEAN Biz Lab Insight
많은 국가에서 성공했던 우버와 그랩이 고전하는 시장이 아세안이라는 것을 상기할 수 있는 기회이다. 비교적 강력했던 규제를 논외해도 다양한 문화와 생활패턴을 이루고 있는 아세안 시장에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시장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공유차량 서비스 제공을 위한 스타트업와 기존운송업계의 경쟁을 보자면 흡사 우리나라의 카카오택시와 관련된 문제가 오버랩되어 보인다. 과연 베트남 정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