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는 가치투자자의 대가 중 한 명으로, 140조 원을 운용하는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Oaktree Capital Managent)의 회장입니다. 해당 포스트는 2021년 2월 3일 하워드 막스가 경제지 이코노믹 타임스와 했던 인터뷰 내용의 전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편집자주]
가치투자자 막스, 성장투자에 주목하기 시작하다
이코노믹 타임스: 일단 당신의 가장 최근 메모에 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당신은 원래 가치투자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투자자잖아요? 근데 최근 메모에서 당신은 성장투자에 관해 이야기해줬어요. 어떻게 된 일이죠?
하워드 막스: 최근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제 아들과 아들 가족들이 우리 집에서 쭉 지내왔었는데요. 저희 아들이 다름 아닌 성장투자자입니다. 그는 정말 유연하게 사고해요. 독단적이지도 않죠. 아들은 성장주와 가치주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인위적이고 역효과를 낳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투자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개방된 사고거든요.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어떤 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거기에 시장성도 있고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죠.
이 상황에서 우리 아들은 “우리는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평범한(저평가된) 회사에만 투자할 거야”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굳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편이죠. 비슷하게 단순히 회사가 고평가받고 있다고 해서 또 투자 대상에서 빼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니까 우리는 투자자로서 모든 종류의 회사에 모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절대적인 가치 평가 지표가 높다고 해서 꼭 고평가된 것은 아닐 수 있죠.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능력이 어마어마할 수도 있잖아요.
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납득이 됐어요. 그래서 이번 메모 때는 그런 점을 좀 더 반영해봤습니다.
“절대적인 평가 지표로만 투자 결정하면 안 돼”
이코노믹 타임스: 역사적으로 많은 투자자가 기업의 PER(Price-Earning Ratio: 주가수익률)을 평가 지표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높은 PER이 꼭 나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낮은 PER이 꼭 좋은 투자로 이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라고 주장해왔죠. 이 점을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하워드 막스: 일단 인용해주신 부분을 좀 더 다듬어 보겠습니다. 낮은 PER이 꼭 해당 기업이 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저렴할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비슷하게 높은 PER이 꼭 해당 기업이 비싸다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비쌀 가능성이 있는 정도죠.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가가 정말 낮은 PER 수치나 PBR 수치를 가지고 있다고 합시다. 이러한 수치가 낮은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정말 좋지 않은 회사인 경우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저희는 단순히 절대적인 평가 지표가 낮다는 사실만으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일하게 평가 지표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꺼려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위험한 시장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사실”
이코노믹 타임스: 당신의 책이나 메모를 흝어볼 때마다 당신은 언제나 시장 움직임의 중요성을 더욱 특별히 강조해왔는데요. 그렇다면 현재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시나요? FOMO(Fear of Missing Out: 투자를 하지 않아 수익을 놓칠 것이라는 두려움)라고 생각하시나요? 버블인가요? 과도한 희열에 차 있나요?
하워드 막스: 확실히 특정 부분에서 제가 평소라면 위험한 움직임이라고 부를 만한 행동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요즘 사람들이 매우 높은 리스크를 안는 투자 대상에 더욱 쉽게 투자하고 있어요.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 또한 쉬워졌죠. 심지어 IPO 첫날 가치가 두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기까지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저희가 현재 FOMO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들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투자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때 투자를 안 함으로써 수익을 챙기지 못할 두려움이 현재 상태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다소 우려스럽기는 합니다. 거기에 S&P의 PER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도 하니까요.
근데 또 S&P를 구성하는 기업이 달라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해요. 이제 S&P 500 기업의 30%가량은 첨단기술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회사에요. 과거에 있던 기업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더 큰 잠재력을 지닌 회사들이죠.
보통 이런 기업들이 높은 PER 수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높아 보이는 S&P의 평균 PER이 정당화될 수도 있습니다. 즉, 높은 PER 수치를 보인다는 것 자체를 두고 위험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점을 꼭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연준이 금리를 0%로 내렸는데요. 금리가 낮을수록 밸류에이션이 높아집니다.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 기대수익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이럴 겁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낮을 때라면 낮은 기대수익도 그렇게 무서운 것은 아니겠구나.”
저희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서워해서도 안 되고요. 저희는 단순히 위험으로 볼 요소가 있다고 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오크트리의 투자철학 “앞으로 가되 조심스럽게”
이코노믹 타임스: 당신이 한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초반에 행동하고 멍청한 사람들은 끝물에 행동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또 멍청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셨나요?
하워드 막스: 제가 받았던 여러 조언 중에 가장 획기적이었던 조언은 제가 1970년대 초 받았던 조언이었어요. 정말 현명한 투자자가 해줬던 이야기죠.
그는 강세장에는 크게 세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극소수의 혜안이 있는 사람들만이 시장의 개선을 믿는 시기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이제 모두가 시장이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 단계죠.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사람들이 시장이 평생 좋아지는 것 외에는 불가능하다고 믿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세 단계 중에서 우리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보통 첫 번째 단계에서 행동하면서 훌륭한 흥정을 해내는데요. 가격에 대한 막연한 낙관주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멍청한 투자자들은 세 번째 단계에서 바가지를 쓰게 됩니다. 비관주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과도한 낙관주의만이 이들의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몇 단계에 있을까요? 첫 단계에 있는 것은 확실하게 아닙니다. 두 번째 단계에 있을 가능성도 다소 떨어지죠. 저희는 이제 슬슬 세 번째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동시에 회복하고 있는 시장에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과거 2020년 2분기에는 역사상 최악의 폭락으로 손꼽힐 만큼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 덕에 시장에 버블 같은 것이 한번 빠질 수 있었던 것이죠.
최소한 한동안은 또 다른 경제 불황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천천히 시간을 가지면서 코로나 19 재확산부터 잘 대처해야겠죠. 그렇지만 완전한 경기 후퇴가 오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경제 전망이 좋을 뿐만 아니라 기술 회사를 중심으로 높은 PER 수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당화할 수 있는 수치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근거 없이 높은 수치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저희가 시장을 떠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포트폴리오에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제거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제가 했던 이야기를 종합해봤을 때, 정말 잘 투자된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투자 비중이 확대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오크트리의 투자철학은 “앞으로 가되 조심스럽게(move forward but with caution)”입니다. 저는 수년간 철학을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높은 경계를 유지하며 투자할 계획입니다. 특히 오늘날 같은 시장에서는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전력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인플레이션 고려했을 때 장기채권 투자는 부담”
이코노믹 타임스: 언젠가는 다시 인플레이션이 생길 것이고 이에 따라 금리도 증가할 텐데요. 이를 감안한다면 채권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한동안은 좀 어려울까요?
하워드 막스: 금리와 채권은 직접적인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죠. 이건 인생의 진리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금리가 0%일 때는 연 3%짜리 채권이 매력적입니다. 반면, 금리가 6%일 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겠죠. 금리가 오른다면 적절한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야 할 것입니다. 이건 불변의 관계에요.
그러나 어떤 자산이든 금리가 오를 때는 가치가 하락합니다. 자산의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할인한 것입니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할인된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되는데요. 이것 또한 불변의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점에 대해서 우려스럽기는 합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세계를 둘러보면 일본과 유럽 또한 지난 10년간 2% 대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려 했지만 실패했었죠.
심지어 미국의 경우는 더 특이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정의하는 개념 중 필립스 커브(Phillips curve)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제적 개념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2년 동안 계속해서 감소해온 실업률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3년(2018~2020년) 동안에는 지난 50년 동안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인 시기였죠. 인플레이션 또한 경험하고 있었고요.
저는 수익을 올릴 만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에 대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죠.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더욱이 모릅니다. 저희 포트폴리오 보유 자산을 제거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저희는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면서 투자를 계속해야 합니다.
자, 그럼 인플레이션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는 “장기채권은 아니다”가 될 것입니다. 이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금리가 올라간다면 장기채권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단기채권은 별로 영향받지 않을 것이고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계를 늦추지 말되 계속해서 투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