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큰 변화의 물결을 겪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세계화 시대로의 진입이다.

20세기 말부터 국가 사이에 교류가 증가함에 따라 이제 나라간 국경의 의미는 예전에 비하여 눈에 띄게 희미해지고 있다. 국가간 교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은 물론 자본의 이동도 본격적으로 활성화하였다. 특히 노동의 이동은 이전 사회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극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일부 특수국가를 제외하고는 물리적으로 사람이 국경을 넘나드는 일이 이전에 비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노동의 이동이 이전보다 자유로워짐에 따라 물건만이 이동하던 자유무역을 넘어서 진정한 자본주의 체제의 승리라며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예기치 못한 문제를 야기하게 됨으로써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두뇌 유출” 현상이다.

두뇌유출은 무엇인가?

“두뇌 유출”은 개발도상국의 유수한 인재들이 해외의 선진교육을 받고 난 뒤 자국에 돌아오지 않고 다른 국가 (대부분 선진국)에 남아 자국이 아닌 해당 선진국에 기여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개 안전이 보장된 생활, 높은 급여, 연구에 대한 열정적인 지원 등등 결과적으로 높은 질의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재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일어난다.

4차 산업 혁명을 맞이하여 강력한 자본력과 노동력을 요구했던 산업이 지식과 정보로 무장된 신생회사들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에 질적으로 우수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정부는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정부의 노력 끝에 자국의 유수한 인재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 받는 환경을 실현시켜주었다. 하지만 이때 두뇌 유출 현상이 벌어지면서 그 결실이 물거품될 위기에 놓인다는 것이다.

두뇌 유출이 큰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현상이 지속함에 따라 구조적으로 국가 간 불평등이 심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윤택한 생활이 유수한 인재를 부르고 이들이 다시 성장에 기여함으로써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게 된다. 그로 인해 기존의 발전이 그 이후의 발전을 불러일으키게 되어 인적 자원을 뺏겨온 개발도상국 입장에는 더욱 추격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두뇌 유출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제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매년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지표에서 두뇌 유출을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방해하는 큰 요인 중 하나로 꼽기도 하였다.

미국과 소수의 국가를 제외한 여러 선진국도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유학생을 배출해내는 나라 중인 하나인 대한민국도 이에 포함된다. 미국과학재단(NFS)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해외 유학생의 No Return 기조는 매해 심화하는 추세이며 특히 한국 박사 유학생 10명 중 7명은 학업을 마친 뒤 현지에 있기를 희망한다고 대답하였다.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질 높은 삶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유럽의 선진국인 프랑스조차 두뇌 유출로 인한 경제 손실을 줄이고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장학금 및 연구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인 인도와 중국에 큰 타격을 미칠 인적 자원의 유출 / 유네스코

이런 문제가 선진국마저 괴롭히는 상황에서 개발도상국에 이 문제는 엄청난 재앙과도 같다. 힘들게 국비로 육성한 인재들이 정작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는 마당이니 말이다. 아세안 국가들도 여느 개발도상국과 다름없이 이 현상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것은 아세안의 유수한 인재의 행선지가 더 인근이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와같이 서구의 선진국으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문제만으로도 충격이 있는데 바로 옆 나라 싱가포르 또한 가세하여 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아세안 국가 중 일부인 말레이시아 또한 매력적인 행선지로 손꼽힌다. 매력적인 옵션이 유학생에게 늘어났다는 의미는 그만큼 더 많은 인재를 놓칠 수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이런 두뇌 유출 현상이 두드러지는 급박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처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세안 국가가 있으니 이는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두뇌 유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1억에 육박한 인구와 함께 큰 성장 가능성을 가진 베트남의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국채율의 인상 등 국제적 악재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의 꾸준한 경제 성장세가 눈에 띈다. / 세계은행

베트남이 이렇게 꾸준한 성장 그래프를 보여주는 원인 중 하나는 기술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베트남 IT산업의 성장은 2017년까지 70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리며 78만여 개의 직업을 창조해 내면서 베트남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베트남은 아세안의 새로운 실리콘 밸리로 부상 중이다.

지금은 승승장구하는 베트남이지만 불과 8년 전인 2011년도만 해도 두뇌 유출 문제로 골머리 앓고 있었다. 2011년 한 조사에 의하면 해외에 나가 있는 유학생 중 80% 정도가 현지 취업을 하여 자국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원하였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베트남으로써는 엄청난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교육을 이수한 인재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베트남 IT산업은 어떻게 심각한 두뇌 유출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새로운 실리콘 밸리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을까?

정답은 베트남 정부의 독특한 접근방식에 있다.

비엣 키우 (Viet Kieu)의 귀환

베트남 정부는 기본적인 접근 방식 자체는 타 국가와 동일하게 가져갔다. 바로 자국의 유수한 인재들을 국비로 지원하여 유학 생활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특히 2008년 이후 베트남의 평균 연봉이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폭으로 성장한 베트남이기에 이 정책이 먹혀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유수한 인적 자원을 붙잡기에 베트남이 현실적으로 선진국보다 나은 행선지가 되지는 못하였기에 졸업 이후에 그들이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국비를 사용하는 이 전략은 투자 대비 리스크가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베트남이 강구해낸 새로운 해결책은 새로운 타깃은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새로운 타깃은 바로 “비엣 키우”다.

비엣 키우는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자국을 떠났어야 했던 베트남인들을 지칭하는 말로 45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당시 그들의 주요 도피처는 미국이었는데 몇 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이들 대부분은 미국에 남으면서 가족을 꾸리고 있다. 원조 비엣 키우로부터 나온 1.5세대 혹은 2세대를 베트남으로 다시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 베트남 정부가 강구했던 새로운 정책이었다.

베트남어와 영어에 능통한 장점과 더불어 선진국에서의 교육과 직장경력이 있는 2세대 베트남 이주민들은 두뇌 유출로 인해 큰 인적 자원의 부재에 고심하던 베트남 정부에겐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들의 고급 지식과 선진 경영은 베트남이 현재 가장 부재한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베트남은 망설이지 않고 다음과 같은 정책을 통해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취한다.

  1. 비엣 키우들에 대한 비자 문제를 완화하였다. 기존에는 베트남 국적을 가지고 있는 비엣 키우들조차 비자가 없이는 베트남에 입국을 금하였다. (역사적으로 적대적인 것이기에 이해한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비자에 대한 요건을 간소화 시키면서 비엣 키우들의 입국을 용이하게 하였다.
  2. 해외 신분인 비엣 키우에게 투자에 관련하여 내국인과 동일한 대우를 보장하였다.
  3. 비엣 키우에게 개인소득세 감면 혜택까지 주어줬다.

이외에도 그들에 대한 환영하는 태도를 보인 정부는 꾸준히 보여줬고 그 결과는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많은 비엣 키우들이 베트남으로의 귀환을 결정하였고 이들은 많은 분야에서 특출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IT산업은 이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곳이다. 베트남의 IT산업은 현재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현재 실리콘 밸리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는데 스타트업 업계를 이끄는 일등 공신이 다름 아닌 이들, 비엣 키우이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베트남에 설립된 스타트업의 45% 정도의 설립자는 비엣 키우 출신이다. 특히 벤처 캐피탈로부터 펀딩을 성공적으로 받은 3000개가량의 프로젝트 또한 비엣 키우에 의해 시작되어 진행 중이다. 9000만 명이 넘는 인구 속에서 소수의 숫자인 비엣 키우의 규모를 생각하면 실로 대단한 수치이다. IT업계 외에도 비엣 키우들을 필두로 한 국제송금을 통해 베트남 경제에 숨 쉴 구멍을 주었다.

아직 기업 내에서 현지 베트남인들과 비엣 키우 사이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의를 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들이 서구와 베트남의 연결고리가 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데에는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베트남은 국제적인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6% 이상의 고공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기존의 인력풀에만 의존하지 않은 베트남 정부의 새로운 전략이 경제 성공의 일등 공신이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상호존중이 기본이 되는 서구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 우수한 기업 (특히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좋은 근무여건을 갖춘 회사가 늘어날 수록 해외교육을 받고자 나갔었던 기존의 유학생에게 자국 베트남이 매력적인 행선지로 보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뇌 유출을 막음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음과 동시에 베트남이 경제성장의 선순환에 들어설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과연 비엣 키우의 활약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베트남의 미래가 기대된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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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오형진

에디터

UCLA에서 경제학과 국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https://blog.naver.com/dekop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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