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마치 신인류가 등장한 듯 느닷없이 집중 받는 세대가 있다. Z세대. 일명 Gen Z.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한국에서는 이미 ’90년생이 온다’와 같은 책과 기획 다큐멘터리로 Z세대의 특징이 알려졌다. 핸드폰을 쥐고 태어나 단 한 번도 아날로그 문화를 접해본 적이 없다는 디지털 원주민은 한국에만 있는 걸까?
베트남에도 Z세대는 있다
베트남의 Z세대는 경제 호황과 기술 및 인터넷 보급률 확산과 더불어 베트남이 급격한 변화를 맞으며 생겨났다. 베트남 Z세대도 글로벌 Gen Z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자유와 개성을 추구하고 문화 소비에 관대하며 디지털 적응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세대를 묶어 부를 순 있어도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지역 특색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베트남의 Z세대에게도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하나, 베트남의 Z세대는 더 어리다
일반적으로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면 1995년부터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베트남의 Z세대는 3년 뒤인 1998년부터 온 거로 보인다. 이는 대중으로의 디지털 기술 보급 및 경제 성장 시기와 연관 있다. 1995년에는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998년에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의 회원국이 되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국가의 성장이 2000년에 근접해서야 대중의 생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렵부터 1998년생은 핸드폰을 손에 쥐었을 것이다.
둘, 베트남의 Z세대는 더 경제력 있다
베트남의 Z세대는 경제적으로 더 빨리 독립한다. 2017년 기준 베트남의 경제활동인구는 5,488만 명으로 51.3%가 25세 미만이다. 심지어 베트남의 Z세대 일부는 이미 경제활동 중으로 베트남 전체 노동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500만 명) 한국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이 27세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이른 나이에 경제활동을 시작한다. 고학력자가 늘면서 최초 취업 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선진국보다 더 빨리 경제 주권을 갖는 건 분명하다. 최근 베트남에서 유통 및 외식사업이 급히 부상한 건 우연이 아니다. 체험 욕구가 높은 Z세대의 특징과 이른 경제적 독립이 만난 결과다.
셋, 베트남의 Z세대는 더 영향력 있다
베트남의 Z세대는 기타 선진국보다 전체 연령 구간 중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한국이 총인구 대비 Z세대의 비율이 16.4%라면 베트남은 21.5%로 층이 더욱 두껍다. 더 영향력 있는 소비자, 즉 마케팅의 주요 타깃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실제 시장의 움직임 또한 이를 반영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급증한 카페 문화를 예로 들 수 있다. Z세대가 경제활동을 시작할 무렵부터 평균 임금 또한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따라 외식과 식후 카페에 가는 문화가 발달했다. 카페 및 음식점의 메뉴와 매장 형태 변화는 Z세대의 취향 변화와 일치했다. 기성세대보다 외국 음식에 호기심이 많은 Z세대를 겨냥해 외국계 프랜차이즈가 다수 생겨났으며 베트남 음식을 판매하던 브랜드에서도 퓨전 메뉴를 확장했다. 디저트 또한 커피 중심에서 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버블티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전체 소비 시장에서 Z세대가 주요 고객임을 말해준다.
한국의 Z세대가 풍요로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를 지나며 소비에 신중해진 세대라면, 베트남의 Z세대는 경제 호황기에 나고 자라 약 82%(2015, Decision Lab)가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어떤 세대보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리고, 교육 수준 향상과 함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또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치 있게 생각했다.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해진 한국의 Z세대와 다른 점이다.
베트남을 일컬어 두 번째 중국이라고들 한다. 호황의 물결을 잘 타고 있음을 은유한다. 그 중심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외래문화에 관한 적극성, 두터운 소비층, 높은 구매력, 급격한 성장기를 지내 낙관적인 성향의 Gen Z가 있다. 베트남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이라면 Z세대의 마음부터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