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중국에 쏠려있던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의 눈길이 아세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5년 67억 달러였던 아세안 뷰티 시장 규모는 연평균 10%씩 성장하여 2020년엔 100억 달러를 넘어설 거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 뷰티 시장 규모로 보자면 4%다. 뷰티 업계의 새로운 고객으로 주목받을만한 수치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아세안 뷰티 트렌드를 돌아보며 아세안 지역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자료원: 유로모니터(Euromonitor)
* 주: 2017년 부터는 추정치임

1) K뷰티(K-Beauty)

한류, 그리고 경제 성장

아세안에 뷰티가 상륙한 시기는 한류가 도달한 시기와 비슷하다. 한국 및 일본의 드라마와 영화가 아세안 지역에 유입되면서 문화에 관한 관심이 뷰티로 이동했다. ‘천송이 립스틱’, ‘송혜교 BB 쿠션’ 등 드라마 PPL 효과와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트렌디한 컨셉, 가성비, 제품력을 자랑하며 K뷰티는 2010년부터 매해 평균 성장률 21.3%를 기록했다. 2017년은 무려 39.1%로 대폭 상향했다. 바탕에는 아세안 지역의 연 6%에 달하는 경제성장률과 여성 사회활동의 증대 등이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고등 교육을 받는 여성들이 늘었으며 이에 따라 여성의 소득 수준도 높아졌다. 이는 자연스레 화장품 구매력과 연결됐다.

2) 드러그스토어 구매 경험 증가

유통 채널의 다양화

아세안 뷰티 시장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태국엔 일본 기업만 해도 세 업체가 들어서 있다—츠루하(Tsuruha), 마쓰모토키요시, 앳코스메(@cosme). 글로벌 톱 뷰티 드러그스토어인 세포라(Sephora)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본사를 싱가포르에 세웠다.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아니다. 2011년 대도시에 자리 잡기 시작한 글로벌 드러그스토어의 아세안 지점은 지금도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드러그스토어가 취급 품목이 중가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넓어지고, 수입 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젊은 층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다. 베트남만 보더라도 지난 5년간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연평균 11.5%의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를 봤을 때 과거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위치하던 헬스&뷰티(Health&Beauty) 매장들이 시내 중심가 및 대형 쇼핑몰에도 입점하면서 접근성까지 높아져 성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ephora singapore head offic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SEPHORA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다.

3) 다양한 제품 체험 욕구

인터넷 & 미디어 성장

아세안 내 중산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2018년 1월 기준 모바일 보급률은 68%로 세계 평균 수준과 동일해졌다. 이에 따라 과거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구매 경험이 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6년 약 2,490만 명이었던 온라인 소비자 수는 2019년 현재 3,550만 명으로 3년 만에 40% 이상 늘었다.

단순 상거래뿐만 아니라 SNS 마켓 사이즈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 새로운 뷰티 브랜드를 최초로 인지하는 경로가 TV였다면 현재는 온라인이다. 그중에서도 페이스북 사용률은 압도적이다. 전체 온라인 사용자 중 페이스북을 통해 브랜드를 만나는 비율이 77%, 직접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37%라고 하니 브랜드들이 전략적으로 SNS 마케팅을 하는 게 당연하다. 또한 SNS 사용을 즐기는 젊은 층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잠재 소비자의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어 SNS 활용을 통한 마케팅은 이제 필수가 됐다.

관련 이미지
싱가포르 뷰티 인플루언서 Roseanne Tang

eCommerce 와 mCommerce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브랜드 유입량 및 아세안 고객의 브랜드 선호도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K뷰티와 J뷰티뿐만 아니라 유럽 및 미국 브랜드, 아세안 지역 간의 브랜드 점유율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CBT(Cross Border Trade)의 니즈가 생겨나고 있다. 더욱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 체험 욕구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4) 색조 화장품 인기

도시화

아세안 뷰티 시장 성장률 및 규모 1위는 단연 스킨케어다. 그중 기초 화장품이 전체 뷰티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건 색조 화장품의 연평균 성장률이 두각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베트남 색조 화장품 시장은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기반의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12~2017년 사이 베트남 색조 화장품 연평균 성장률은 14.9%로, 당사는 2022년 베트남 색조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2017년 대비 2배가량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도 히잡을 쓰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술에 강조하며 유행하는 할랄 뷰티 등의 바람을 타며 비슷한 동향을 보인다.

인도네시아 뷰티 인플루언서 Fathi Nrm 이 립 신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체 화장품 시장의 성장이 1) 소매 유통 채널의 다양화 2) 현지 소비자의 경제력 증가 3) 인터넷 보급률 증가로 인한 현지 소비자의 정보력 증대와 연관이 있다면, 색조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 한 주요 요인은 생활 패턴의 변화로 분석된다. 도시화로 인한 사무직 종사자가 늘면서 미용에 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고온 다습한 기온 특성으로 땀 흘리기 쉽기 때문에 피부 화장보다 ‘립스틱’, ‘눈썹’ 등의 포인트 메이크업의 수요가 앞으로 더 높아질 거라 기대한다.

5) 안티에이징 관심도 증가

고령화

아세안 국가들이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선진국에서 나타나던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출산율은 지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경제 성장으로 인한 주거 환경 개전, 교육 수준 증대,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수명은 증가하고 있다. UN 인구 전망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추이라면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202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자료: 2019년 UN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

현지에서 하얀 피부가 깨끗한 피부를 표현하는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초기 뷰티 시장이 미백에 주안점을 뒀다면, 고령화 언급과 함께 안티에이징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기능성 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지의 기초 화장품은 올인원 같은 다기능 제품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아이크림, 세럼 같은 기능성 제품이 한둘씩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가 트렌드를 만들어나간다고 하지만 트렌드가 소비자의 반응과 이어질 땐 언제나 이유가 있다. 약 10년에 걸친 아세안 뷰티 시장의 트렌드도 경제성장, 유통혁신, 기술 고도화, 도시화, 고령화 등 사회 변화의 영향을 비껴가지 않았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아세안에서 다음 마켓 포인트를 어떻게 찾아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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