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인 존리는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를 강조하는 등 가치투자의 정수로 여겨지는 버핏처럼 초보 투자자들이 익혀야 할 마인드 셋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2021년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이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금융 문맹은 이미 존리가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지속해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책으로 다시 낼 만큼 금융 문맹이라는 문제는 우리가 반드시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있기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뤘던 내용을 크게 세 가지 포인트로 요약하고자 한다.
“금융자산의 중요성을 깨우쳐라. 더 늦기 전에”
바야흐로 자본주의의 시대이다.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된 체제로 여겨진다. 실제로 어느 종교를 믿던, 어느 정치적 사상을 가지고 있던,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돈의 논리를 신뢰하며 이를 신봉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존리는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자본주의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싫든 좋든 자본주의가 기본 원칙이 되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행복을 누리기가 매우 힘들다고 믿기 때문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행복의 80%는 차지한다. 엄청나게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와 자본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면, 즉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존리는 우리나라 국민이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이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에 자본의 힘을 무시했던 사회의 폐해를 예로 들어 금융 문맹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는데, 일본이 바로 존리가 꼽은 고질적인 금융 문맹 국가의 사례였다.
그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국민과 정부의 심각한 금융 문맹에 기인한다. 일본 기업이 금융에 무지하였기에 돈이 또 다른 자본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대신 돈이 “일하지 않고 게으름뱅이나 잠꾸러기”가 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돈을 위해 일하지 말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일본은 이 점에서 너무도 방심했고 소홀했다. 인간의 노동력을 이용해 제품과 용역을 창출하는 것은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금융소득, 즉 돈이 일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떳떳하지 않게 보는 문화가 전형적인 금융 문맹의 사례다.
특히 한국 또한 빠르게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실제로 주식은 최고의 금융자산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도박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 또한 금융자산 늘리기에 쓰여야 할 자본이 노동자산을 늘리기 위해 사교육비로 사용되는 현실에도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해외에 여행을 가서 한국 기업이 좋은 평판을 얻고 현지에서 선전하는 것을 보면 뭉클하고 자부심이 생긴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막상 그런 기업들의 주식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혹은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신기하지 않는가?
이렇듯 존리는 우리나라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만연한 금융 문맹의 사례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 교육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이것이 해결된다면 우리나라는 일본이 아닌 유대인의 길을 따르며 다시금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유대인은 미국 인구의 2%밖에 안 되지만, 미국 자산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민족이다.
“자본가가 되어라,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원한다면”
그렇다면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금융자산을 소유하는 것, 즉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존리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에서의 성공 공식을 우리에게 공유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자본주의에서 통용되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본을 통한 부의 축적이 노동을 통한 부의 축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이는 부의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난 몇십 년에 걸쳐 개인 수입에서 노동을 통한 수익 비율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렇기에 존리는 우리 모두 금융자본을 가짐으로써 이러한 자본주의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 모두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이다.
다행인 점은 우리는 자본가와 노동자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존리는 노동을 함과 동시에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사람들이 자본가와 노동자 중 반드시 한쪽만 선택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모습이 아주 신기하게 느껴졌다. 왜 그 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하지 않을까? 자본가이면서도 노동자도 될 수 있고, 노동자이면서 자본가도 될 수 있다. 나는 그 연결고리가 주식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을 통해 금융자산을 사들인다면 우리는 노동자임과 동시에 자본가가 될 수 있다. 이는 더는 노동을 할 수 없을 때도 금융소득으로 삶을 보존할 수 있으며 동시에 노동소득을 통해 더 많은 금융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 중 하나다.
“주식은 동업이다.”
좋다,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금융자산을 구매해 어엿한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금융자본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다행히 존리는 여기에서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존리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주식이 가장 좋은 금융자산이라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주식의 장기적인 기대수익률이 부동산을 포함한 다른 금융자산의 기대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이다.
주식은 쉽게 말해 기업의 지분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은 생산을 담당하는 경제 주체로, 계속해서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이에 따라 건실한 기업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에 이에 따라 기업의 가치도 같이 상승한다.
주식투자란 그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되는 것이어서, 회사가 잘 되면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장기투자를 하는 이유다. 오랫동안 기다렸더니 그 회사의 가치가 커져서, 나도 그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 같이 이익을 나눌 수 있다는, 굉장히 단순한 진리다.
이는 부동산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부동산은 자기 스스로 일하지 못하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성장률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는 거의 모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부동산 자산이 전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그만큼 자가 마련이 한국인에게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주식 부자는 보기 힘들지만,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은 경험상 더 많이 접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존리는 그럼에도 주식에 많은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주식의 장기적 추세가 더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수익률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보유 기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부동산은 장기 보유하면서 주식은 계속해서 사고판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주식도 부동산처럼 장기적으로 보유하고만 있다면 더 좋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식의 선택이 정말 중요해진다.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을 찾아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존리가 생각하는 주식 투자는 정말 간단하다. 오랫동안 성장할 좋은 “동업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성장할 때까지 인내하고 서포트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주식투자는 기술이나 기교가 아니라 철학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그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판단해서 동업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부를 사서 동업자가 되는 것, 이게 나의 철학이다.
본인이 주식 매매를 통해 돈을 벌려고 안간힘 쓰지 말고,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이 돈을 벌도록 응원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자신이 직접 창업하지 않아도 유망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세상. 다만 그 기업을 찾아낼 안목과 수익을 거둘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웃을 수 있는 기회. 이를 듣고 어찌 안 설렐 수가 있는가?
마치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개인적으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비교적 얇은 책이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과는 다르게 위에 언급한 핵심을 제외하고도 책 중간중간에 존리의 투자 철학을 엿볼 좋은 기회였다.
특히 요약에 다루지는 못했지만, 한국인이 주식시장에서 회전율이 매우 높은 이유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주식 매매 목적에 있어 한국인과 미국인의 인식 차이를 원인으로 꼽는 것을 보며 그의 혜안에 다시 한번 놀랐다.
미국인들은 펀드투자의 목적이 주로 노후준비라고 여기지만, 한국의 경우는 단기간에 목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의 차이 때문에 미국보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투자 기간이 짧고 단기간의 변동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비교적 얇은 책이었기에 읽는 시간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핵심가치를 익혔다는 점에서 이 책을 더욱더 높게 평가하고 싶다.
혹자는 존리가 당연한 소리만을 늘어놓는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근원적이고 확고한 원칙은 대부분 단순한 경우가 다반수이다. 이는 자본주의라는 가장 성공한 사상에서도 동일하다고 나는 믿는다.
초보 투자자에게 있어 좋은 철학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또한, 노련한 투자자에게 있어서도 한 번쯤 다시 기억해서 나쁜 것 없는 원칙을 알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이를 상기시켜주는 존리의 존재는 그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