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대한 흥미로운 이슈를 저만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전합니다. 특정 산업/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님을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포스코가 10년 만에 최대 분기 영업이익 1조 552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포스코는 이런 실적을 발표했을까요.
최근 1년 동안 세상에는 수많은 돈이 흘러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세상의 자원과 물건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지요. 돈은 교환의 매개물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돈이 없어서 물건을 못 사는 시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돈은 있지만,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 시기가 잠시나마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스코 실적의 이유와 그 후에 대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포스코 실적의 이유 그리고 의미
포스코는 강한 경쟁력을 가진 세계적인 철강기업입니다. 철강기업은 전통적인 제조산업으로써 상당히 성숙한 산업이라고 볼 수 있죠. 포스코는 이런 성숙한 산업에서 10년 만에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철강의 가격 상승에 의한 결과입니다. 같은 양의 철강을 판매하더라도 가격이 오르면 매출과 이익은 늘어납니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지난 글에서 얘기했듯이, 대부분의 재화 가격은 “공급-수요의 법칙”을 따릅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철강의 급격한 수요 상승이죠.
세계적으로 화물 물량이 급증하면서 배가 없어서 물건을 못 파는 상황이 됐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출 부족으로 해운업은 파산 직전까지 갔었죠.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배, 자동차, 건축자재에 들어가는 철강과 심지어 아이폰에 들어가는 스테인리스 스틸조차 포스코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철강 가격 상승은 철강을 원재료로 삼은 물건을 만드는 기업들의 주문 쇄도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왜 앞다투어 철강을 사려고 할까요. 기업 고객의 제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 -> 최종 물품 기업 -> 원재료 기업으로 도미노처럼 수요가 밀려드는 것이죠. 하지만, 가격의 상승은 반대로 원재료 기업 -> 최종 물품 기업 -> 고객의 순으로 전달됩니다.
세계적인 공급 부족
최근 세계적인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공급이 부족한 것은 그것뿐일까요. 원재료 하나만 부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대 물품 대부분에는 수백, 수천 가지 원재료가 들어가죠.
사람이 살면서 한 가지 영양소만 부족하기는 쉽지 않죠. 경제는 우리 몸처럼 촘촘하고 미세하게 구성돼 있으며,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가 21세기 산업의 쌀이라면, ‘철강’은 20세기까지 산업의 쌀을 맡고 있었죠. 그리고 미래에도 철강이 필요 없어지는 날은 쉽사리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전통적인 산업의 부활은 앞으로 올 거대한 경기 상승 사이클의 초입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꽁꽁 얼어붙은 투자는 미래에 올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큰 경기의 상승과 함께 불황-호황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경기 사이클을 맞이할 것입니다.
소득-소비-물가 트리플 상승
원재료의 가격 상승은 산업 밸류 체인에 의한 ‘지연 시간’을 가지며 점차 최종 물품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아이폰 가격이 상승할지는 모르겠지만, 밸류 체인 최 앞단인 원재료 가격 상승은 최 끝단인 최종 물품에 도달하며 물가 상승 사이클의 끝을 맺겠죠.
현금은 많고 물건의 공급은 제한된 이 상황에서, 우리는 의미 있는 곳에 투자 또는 소비를 함으로써 노력으로 얻은 현금의 가치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와레버스 독자 여러분들도 희망찬 미래를 기다리며, 검소하면서도 즐거운 투자와 소비를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