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의 경우, 이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아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이 큰 변혁기를 맞이하였다. 팬데믹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이는 세계 최대 커피 기업인 스타벅스 또한 예외가 아니다.
커피라는 소비재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는 스타벅스였기에 어느 기업보다도 고통스러운 2020년을 보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스타벅스 매장이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한편 이로 인한 매출 감소가 눈에 띄는 한 해였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팬데믹으로부터 살아남았다. 정확히는 팬데믹을 통해 진화했다. 그들은 혁신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한층 더 강력해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스타벅스에 주목을 안 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과연 스타벅스가 어떤 모습으로 부활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형태일지 알아보도록 하자.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2020년
스타벅스는 최악의 2020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4개의 분기 동안 막대한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1분기 동안 스타벅스의 매출은 59억 9,57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이 당시에는 중국에서의 확산세가 매우 컸는데, 이로 인해 해당 분기 중국에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후 2분기 스타벅스는 최악에 가까운 3개월을 보냈다. 매출이 42억 2,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1% 역성장했고, 이로 인해 영업이익은 무려 162.8%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예상치보다는 나은 수치라고는 하지만, 스타벅스의 위기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2020년 하반기의 실적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62억 310만 달러와 67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며 이전 -40%에 가까운 역성장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고난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2020년 초 90달러 선에 머물던 주가는 3월 말 60달러 이하로 폭락하였다. 이후 실적이 개선되었던 3분기 전까지 주가는 기존 최고점이었던 90달러를 회복하지 못하였다.
주가의 추이를 지켜보면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주가의 반등이 다소 더뎠음을 알 수 있다. 스타벅스는 왜 팬데믹에 취약했을까. 이는 스타벅스 특유의 경영철학과 주요 시장에서의 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과 인간 중심 경영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은 스타벅스의 주요 경영 전략에 치명적이었다. 스타벅스의 전설적인 CEO였던 하워드 슐츠가 주장한 이래로 여태껏 스타벅스의 차별적 강점으로 여겨지던 ‘인간 중심 경영’이 역으로 최대의 단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영철학은 한 단어로 정리하면 바로 “인간”이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남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대신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인간적 교류를 쌓고, 이를 통해 고객과 끈끈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했다.
(quote)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공간과 문화, 경험을 판다. –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는 이러한 철학을 현실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쳤다. 예컨대 스타벅스는 직영점으로만 운영함으로써 커피의 퀄리티를 최대한 보존하려 노력했다. 또한 철저한 직원 교육을 통해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고객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를 중요하게 여겼기에 스타벅스는 배달 서비스에도 미진한 태도를 유지했었다. 배달은 커피의 질을 유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고객과의 소통도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스타벅스의 전략은 대부분 매우 큰 하나의 공통분모를 공유한다. 스타벅스는 결국 인간 중심 경영을 위해 교류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 위주의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다다른다.
바로 이 지점이 스타벅스가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포인트다.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데, 이동 제한이 강화되면서 크나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는 여느 오프라인 중심의 기업의 극심한 부진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계속된 확진 사례로 인해 팬데믹 기간 내내 임시 휴업에 들어갔던 스타벅스 점포가 매우 많았다. 중국에서 빠른 확산세를 보였던 2월, 중국 전체 스타벅스 매장 중 80%가 임시로 폐쇄되었다. 또한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도 간헐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61%
스타벅스의 경영철학 이외에도 스타벅스의 주요 진출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스타벅스가 팬데믹으로 유독 더 큰 피해를 보았던 두 번째 이유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벅스이지만, 가장 커다란 시장은 크게 미국과 중국이다. 스타벅스는 미국에 총 15,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4,700여 개의 매장이 중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매장 수로만 보면 미국과 중국 시장이 스타벅스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깊은 연관이 있다. 먼저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한 뒤, 계속해서 가장 많은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미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에 재택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늘어나자 미국에서의 매출을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경우도 비슷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2020년 1분기, 2분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중국은 가장 먼저 바이러스의 확산이 시작되었던 지역임과 동시에 중국 정부는 매우 강력한 이동 제한 명령을 시행했다.
그 결과 중국에서의 매출은 어떤 시장에서의 실적과 비교했을 때도 유의미하게 하락했다. 2020년 1분기, 1년 이상 운영했던 점포의 동일 점포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반 토막 이상 났던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여기에 ‘중국의 스타벅스’라고 불렸던 루이싱커피의 등장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 시장 점유율도 뺏기고 있었기에 스타벅스의 2020년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스타벅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2021년, 스타벅스의 주가는 어떨까. 놀랍게도 현재 1주당 가격이 118.34달러에 육박한다. 2019년에 달성했던 전고점 96달러 선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돌파하며, 스타벅스는 2021년 내내 자신의 시가총액을 키우고 있다.
이는 스타벅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021년 첫 번째 분기의 실적이 발표되기도 전에도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했기에 이것이 함의하는 바가 크다.
스타벅스의 밝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의 파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전략과 강력한 뛰어난 로열티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파격적 전략, 오프라인 매장 확대
스타벅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매우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그것은 바로 오프라인 매장의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얼핏 반 직관적으로 보일 정도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매우 이른 시일 내로 매장의 수를 2배 가까이 늘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3,000여 개의 매장이 있는데 10년 이내로 55,000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팬데믹으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보았던 2020년에도 스타벅스는 조금씩 오프라인 매장의 수를 늘려나갔다. 임시 휴업이 매우 빈번했던 시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장 수를 늘려나갔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상징적이다.
아무리 스타벅스의 모토가 인간 사이의 교류와 신뢰라고는 하지만, 온라인 세계로의 이동이 급격히 증가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을 늘리는 것은 분명 흔한 일은 아니다.
심지어 스타벅스의 매장 수가 이미 많다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공유오피스 기업이었던 위워크도 혁신적인 사업으로 주목받았으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을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우려도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타벅스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혀 무모하지 않다. 이번에 스타벅스가 새롭게 추가할 22,000여 개의 매장은 기존 스타벅스 매장과는 다른 형태를 갖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스타벅스는 경영 철학을 지키면서도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스타벅스 매장은 일반적으로 고객을 위한 자리를 다수 마련하여 보다 많은 사람이 스타벅스라는 공간 내에서 상호교류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이것이 스타벅스의 ‘인간 중심 경영’을 실현하기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특정 시간대에는 고객이 줄을 서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팬데믹 동안 이러한 형태의 매장이 주로 임시 휴업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는 스타벅스에 막심한 재정적 손해를 발생시켰다.
이번에 대대적으로 추가될 스타벅스 매장은 이와 다르다.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전용 매장과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전용 매장 등 다양한 형태의 점포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이러한 형태의 매장은 공통적으로 고객들이 차량을 통해 음료를 픽업하는 데에 최적화되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실질적으로 고객들이 공간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은 긴 줄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해지면서 기존 스타벅스 매장 또한 픽업 위주의 영업 형태로의 일시적 전환이 있었다. 거의 모든 매장의 매출이 떨어질 동안 이러한 드라이브스루 매장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를 통해 스타벅스는 오프라인에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스타벅스가 ‘인간 중심 경영’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매장 안에서의 교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스타벅스가 그만큼 점포의 수를 늘림으로써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접근하기 더 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매장을 과감히 늘릴 수 있었던 근간에는 확고한 경영 철학이 있다. 이를 통해 인간적 교류라는 핵심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사업 실적 개선까지 이뤄낸 것이다. 경영 철학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을 강조하는 강수를 둘 수 있었다.
스타벅스의 강력한 로열티 프로그램
스타벅스의 미래가 또한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로열티 프로그램에 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매우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더욱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파워는 기업이 가질 수 있는 무형자산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오늘날 많은 고객은 효용 가치보다 경험 가치가 더 큰 제품을 선호한다. 그만큼 제품은 질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는 경우도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기업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꾸준한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더군다나 한번 해당 브랜드를 사용한 고객은 자신의 경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그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소위 락인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는 압도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물론, 스타벅스 로고가 있는 수많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언제나 높은 편이다. 그만큼 매우 열렬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이러한 열렬한 고객을 확고한 팬으로 만들어 이들을 스타벅스에 고정하고자 한다. 바로 “스타벅스 리워드(Starbucks Rewards)”라고 불리는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이다.
스타벅스의 팬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로열티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커피를 구매할 때마다 스타를 지급하고, 이것이 일정 수준 이상 누적이 되면 고객의 등급이 올라가는 한편 이를 통해 음료나 스타벅스 제품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고객은 스타벅스 리워드에 미리 돈을 충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바일 앱에서도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매장 방문 이전에 미리 주문을 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까지 갖춰지면서 고객은 보다 편리하게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스타벅스 리워드를 애용하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는 2020년 마지막 분기 실적 발표에서 90일 이내에 스타벅스 리워드를 이용한 고객의 수가 무려 2,180만 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급증한 수치이다.
스타벅스의 로열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고객의 수 증가는 곧바로 스타벅스의 매출로 연결된다. 이들이 일반적인 고객보다 더 자주 스타벅스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전체 판매량 중 스타벅스 리워드 멤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스타벅스에 있어 로열티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를 통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스타벅스는 고객의 취향에 맞춘 제품 개발은 물론 개인화된 프로모션까지 진행할 능력을 갖췄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1주일에 1억 거래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개인의 모바일 기기 내부에 있는 스타벅스 리워드를 통해 이뤄진다. 이렇게 생성된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모두 스타벅스가 비즈니스를 분석하는 데에 있어 최고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큰 함의가 있다. 이는 스타벅스가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만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타벅스의 로열티 프로그램은 이렇듯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고객을 팬으로 변모시키는 한편 기업의 미래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핵심 전략으로 보인다.
스타벅스가 맞이할 뉴노멀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스타벅스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스타벅스가 매우 힘든 한 해를 버텨냈다는 점이다. 이제 스타벅스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간적 교류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스타벅스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는 점이다. 만약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스타벅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명실상부 최고의 커피 전문 기업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과연 10년 뒤에 스타벅스는 여전히 우리의 골목 곳곳에 위치하며 우리를 반겨주고 있을지 같이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