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레버스는 알아둬야 할 이슈를 매주 정리합니다. 이 글은 IT, 경제 분야 큐레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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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애플이 놀라운 발표를 했습니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려 5190억 달러, 우리 돈 약 626조 원 규모 거래가 일어났다는 발표인데요. 이는 한국 정부 1년 예산(2020년 본예산 512조 3천억 원)을 넘는 규모입니다.

거래 규모가 온전히 애플 매출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 1년 예산보다 큰 규모 거래가 일어났다는 것은 놀라운 발표입니다. 한국은 지난 5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발표에 따르면 2019년 명목 GDP가 1조 6421억 8천만 달러로 OECD 회원국, 주요 신흥국 등 38개국 가운데 10위를 기록했습니다. (“11년 만에 첫 하락”…한국 ‘GDP 순위’ 10위로 털썩)

폐쇄적인 정책으로 유명한 애플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최근 한국 정부 행보와 비교됐는데요. 그동안 시장에 맡겼던 부분을 몇몇 정책으로 강제화는 것을 보며, 묘하게 애플이 떠올랐습니다.

또한, 강제된 정책에 반발하는 국민을 보며, 애플의 강제성이 싫어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떠올랐는데요.

반면, 애플이 애플을 신뢰하는 고객층에게 확실한 감성을 제공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한국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층에게 확실한 무언가를 제공하는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국가 간 비교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많지만, 최근 발표되는 여러 정책을 보며 한국 정부의 비전을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애플 생태계와 최근 한국 정부의 몇몇 발표를 알아봅니다.

거대한 생태계를 만든 애플

먼저 애플입니다. 2008년 7월 애플 앱스토어가 출시됐습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약 200만 개 앱이 출시돼 있는데요. 일주일 평균 175개국 약 5억 명 이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합니다. 애플 생태계에 등록된 개발자 수는 2300만 명이 넘습니다.

앱스토어 거래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앱을 통해 상품·서비스를 구매한 결제액입니다. 이는 전체 거래액의 79%인 4120억 달러(약 498조 원)입니다.

이어서 ▲유통·쇼핑 ▲여행·모빌리티·음식배달·장보기 등 서비스가 기록됐습니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최근 애플의 친 중국 정책이 이해됐는데요. 무려 47%인 2460억 달러(약 296조 원) 거래가 중국에서 일어났습니다.

애플코리아

더 놀라운 것은 2019년 3분기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로 굉장히 작은 규모인데요. 중국 이용자들이 앱 내 유료 결제에 적극적인 덕분에 대부분 거래가 중국에서 일어났습니다.

애플의 어마어마한 규모 거래는 놀라움을 주는 한편, 너무 큰 규모에 거부감이 들 정도인데요. 애플은 이 발표에서 거래액 85%가 오롯이 개발자 및 개발사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남는 15%만 애플과 통신사가 나눈다는 것인데요. 애플이 10%만 가져간다 해도 60조 원이 넘는 큰 금액임은 변하지 않습니다.(13년차 애플 앱스토어, 연간 620조원 ‘앱 생태계’ 만들었다)

이렇듯 애플은 엄청난 생태계를 만들었고, 이 생태계를 사랑하는 많은 팬은 여전히 애플의 행보를 지지합니다. 애플이 폐쇄적인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엄청난 규모의 팬층을 타깃으로 하는 정책인 것이죠.

물론, 이 생태계를 무너뜨리려는 집단도 있습니다. 특히, EU는 애플을 꾸준히 견제해왔는데요.

유럽 위원회는 애플이 독점적인 인앱 결제를 필수로 하고, 대체 결제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에 ‘EU 경쟁법’을 위반했는지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럽 위원회는 애플 앱스토어 앱 개발자 규칙이 EU 경쟁법을 위반했는지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The European Commission confirmed that it’s formally looking into whether Apple’s rules for app developers in the App Store violate EU competition rules.

조사는 애플이 독점적인 인앱 결제를 필수로 하고, 대체 결제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The probe focuses on Apple’s mandatory requirement that app developers use the company’s proprietary in-app purchase system, as well as restrictions to their ability to inform users of alternative purchasing possibilities.

Apple Pay and iOS App Store under formal antitrust probe in Europe

EU와 미국 기업 간 싸움은 애플은 물론 구글, 페이스북 등과도 이어지는데요. 어쩌면 이 싸움은 미국과 EU가 현재 힘을 유지한다면, 끝나지 않을 싸움일지도 모릅니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

애플의 성공을 보며,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는 한국 정부가 떠올랐습니다. 큰 맥락에서는 국가 경영과 기업 경영도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는데요.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몇몇 규제를 짚어봅니다.

◆ 재포장금지법

지난 19일 정부가 시장에 충격적인 규제를 시행한다고 보고됐습니다. 5+1 등 일명 ‘묶음할인’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인데요. 이에 관한 명분은 ‘환경보호’입니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유통과 식품업계 등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령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재포장금지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관해 환경부는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요.

“식품업계에서 묶음 할인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를 묶을 때 사용하는 접착제와 플라스틱 또는 포장박스가 과도하게 쓰이고 있다”

애플은 거래액의 15%를 수수료로 부과하며,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수료로 ‘명분’을 제시했는데요.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환경부의 제재가 업계에서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반발이 생겼습니다.([단독] ‘묶음할인’ 세계 최초로 금지…라면·맥주값 줄줄이 오를 판)

이 기사가 난 뒤 환경부는 반박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보도자료를 정리한 기사에 따르면 ▲우유 1+1 묶음 할인 판매 가능 ▲대형마트 ‘라면 4+1 무료증정’ 가능 ▲편의점서 1개 1000원인 과자, 대형마트서 ‘5개 묶음’ 4000원 가능 등 위 기사에서 해석된 부분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기존 없던 규제가 생기는 것이고, 세부적인 규제에 혼란이 우려된다고 합니다.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가 “그동안 자리잡은 마케팅, 포장 관행을 갑자기 바꿀 경우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고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며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3~6개월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마트 ‘묶음 할인’ 없어진다?…’재포장금지법’ 오해와 진실)

◆ 모든 주식 양도세

지난 15일에는 모든 상장 주식과 펀드 양도차익에 관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방침은 2023년부터 시행 될 계획인데요. 이에 정부는

“외국에선 거래세가 없고 양도세가 주인 데 비해 한국에선 거래세와 양도세를 이중 부과해 시중자금이 증권시장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으로 몰린다”

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부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내년 3억 원 이상, 2023년엔 3억 원 미만 투자자도 대상으로 삼는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한국경제는 ‘소득 없는 곳에 과세하는 금융세제’라며 비판했는데요.

가령 투자자가 상장주식에서 500만 원 이득을 내고 펀드에서 1000만 원을 잃어 총 500만 원의 손실이 나도 주식에서 거둔 500만 원에 대해 양도소득세(20~30%)를 물린다.

이에 관해 정부는 ▲금융상품 양도세 비과세 구멍을 메우고 ▲모든 금융상품 간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를 허용하며 ▲증권거래세는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이라 느끼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단독] 2023년부터 모든 주식 양도세 물린다)

◆ 부동산과 지방 기업

지난 6월 17일, 현 정부의 무려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국민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를 이야기합니다. 바로 수도권 취업입니다.

매일경제에서 서울대와 한양대 공대 학생 3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수도권 밖 직장을 선택하려면 연봉을 얼마나 더 받아야 가겠냐는 질문에 ▲2천만 원 39.8% ▲3천만 원 17.2% ▲고려 의사 없다 13.7% 등 응답이 나왔습니다.

수도권 근무를 위해 전공이 아닌 타 분야 직업 선택에 관한 질문에는 35.2%가 타 분야 직업 선택 의향이 있다 답했습니다.

반면, 매일경제가 국내 제조업 기업 302곳 대상 설문조사에서 인재 요구에 관한 ‘추가 비용 지출 의사’를 묻는 답변에는 46.4%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현 정부 과제 중 큰 몫을 차지하는 ▲취업률 ▲부동산 등 문제는 이런 데이터를 통해서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엔지니어 인재들 “초봉 2000만원 더 줘도 지방 안간다”)

충성 고객과 지지층 사이

애플은 명확한 충성 고객이 있습니다. 이들은 아이폰을 구매하고, 애플워치를 차며, 맥북과 아이맥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매해 개최되는 애플개발자회의인 WWDC를 기다리고, 신제품을 이야기합니다.

애플은 이 충성 고객을 만족시킬 의무가 있고, 이는 곧 매출로 이어집니다. 즉, 애플은 충성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국가는 다릅니다. 19일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은 내년도 최저시급을 1만 770원으로 기존 최저시급에서 25.4%를 인상하라는 요구안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관한 논의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지만,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임은 알 수 있습니다.(‘시급 1만 770원’…민주노총, 최저임금 요구안 확정)

코로나 뉴노멀 속에서도 성장을 보이는 애플을 보며, 명확한 충성 고객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어떤 지지층을 바라보고, 어떤 요구를 수용하는지 생각해보게 됐는데요.

한국 정부가 앞으로 더 나은 정책을 펼쳐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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