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설립된 한 회사는 2009년 처음 설립된 뒤 2015년까지 제대로 된 수익을 못 내고 있었다. 오히려 설립 이후 적자는 늘어나고 있고 투자액으로 손실을 메꾸며 연명해 나가고 있다. 당신이 투자자라면 이런 회사에 투자하겠는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그런 선택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하고 말았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쿠팡에 투자하여 한국이 열광하던 2018년 말, 그들은 또 다른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였다. 심지어 이번엔 중국의 거인 알리바바까지 가세하면서 한화 1조 2,500억 원에 달하는 투자액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토코피디아(Tokopedia)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도대체 무슨 회사길래 설립 이후 적자만 내면서 세계적인 회사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흙수저 CEO, 흙수저 기업

회사의 최고경영자 윌리엄 타누위자야는 북수마트라 작은 마을에서 노동자 아들로 태어났다.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난 윌리엄은 해외 유학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뛰어난 성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유명 대학에 컴퓨터 학과로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 학비를 내기 위하여 하루에 12시간씩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졸업 후 2007년까지 약 4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친구이자 현재는 공동창업자인 친구 렌티누스 알파 에디슨와 함께 회사의 초기 모델을 구상하였다.

흙수저 성공신화 윌리엄 타누위자야 / Tribunnews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과 비교했을 때 그들의 이상향은 독특했다. 대형 판매업자와 개인 고객을 연결해주는 전통적 B2C 비즈니스 대신, 중산층 출신의 윌리엄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수많은 소규모 상점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 결과 타 기업과 다르게 이들은 C2C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기로 하였고, 2009년 드디어 토코피디아라는 이름의 회사를 성립하였다.

인도네시아의 많은 상점을 오픈 마켓에 초대하여 전자상거래로의 시장을 개척하려고 만든 토코피디아는 그 기발한 아이디어와 달리 초반에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상당히 저조한 인터넷 보급률이 문제가 되었다. 전자상거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용자가 항상 온라인으로 연결이 되어있어야 했지만, 그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인도네시아의 국민들에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코피디아는 적자를 면치 못했고 그나마 기발한 아이디어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흙수저 기업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인도네시아 / Business Insider

하지만 타 아세안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국민의 모바일 사용이 보편화함에 따라 상황이 급격히 나아진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모바일이 보급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랐기 때문에 토코피디아의 상승세는 더욱 도드라졌다.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토코피디아는 수익의 대부분을 기업 발전에 투자하게 되면서 적자는 6년간 지속이 된다. 수익으로 먹고사는 조직인 기업이 수익이 없다니 말이 되는가? 하지만 이 허무맹랑한 재정 조건을 가진 토코피디아는 이런 의심을 비웃듯이 꾸준히 투자를 받아서 성장할 수 있었고 2019년 현재, 토코피디아 사이트에 접속하는 유저 수만 매달 1억 5천여 명에 육박한다. 특히 토코피디아에 등록되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판매자는 현재 6백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2019년 현재 토코피디아의 가치는 약 8조 원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과연 이 회사가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기에 흙수저 기업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큼직큼직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을까?

조각조각 난 인도네시아 시장을 통합하다.

인도네시아는 섬나라라는 독특한 지리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섬은 알려진 것만으로 1만 7천 개가 넘으며 큰 섬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하더라도 섬마다 각각의 특색을 비교적 잘 유지해오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음악 Top 50이 섬마다 상이할 정도이며 우리나라의 유재석과 같이 모든 국민이 아는 대표 연예인이 드물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한 사업가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34개의 나라에 동시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크나큰 도전이라고 인터뷰한다.

결국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성공 키는 고도의 지역화 전략에 따른 분열된 시장의 통합이다. 토코피디아의 창업자 윌리엄 타누위자야는 이 점을 간파, 여러 전략을 사용하며 하나 된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전략 1. 무료 서비스 제공

먼저 토코피디아는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토코피디아 초기 멤버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시장을 통합하여 큰 규모의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유저 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한된 유저 수로는 섬마다 다른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통합하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들은 각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기본적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오직 원하는 소수의 상점 주인만이 약간의 비용과 함께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단기적인 수익을 포기하였지만 이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하였다. 서비스 제공 이후 첫 6달 동안 2만 3천여 명의 유저를 확보하여 약 2천 5백 개의 상점과 4만 2천 개의 제품이 토코피디아에 등록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였고, 그 결과 현재는 전체 판매자의 약 10%라는 적지 않은 수의 소상공인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여 수익적인 측면에서의 개선이 눈에 띈다.

전략 2. 미래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이제 본격적인 시장 통합을 위하여 상당히 축적된 상점과 사용자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여력이 생겼다. 그리고 여기서 토코피디아의 두 번째 전략이 나오게 되는데, 이는 바로 미래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였다. 개인정보에서 유의미한 자료를 찾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토코피디아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하였다. 일례로 2018년 말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 2,500억 원 규모의 펀딩을 받은 이후 토코피디아는 로지스틱스 회사 인수 등 AI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하였다. 이를 통하여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윌리엄은 현재 65%에 불과한 하루 배송 비율을 95%로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1만 7천여 개의 섬에서 하루 배송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토코피디아는 이를 가능케 만들 준비에 나서고 있다.

서비스 질의 향상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는 핀테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다. 토코피디아는 통합을 가속하기 위하여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인 토코캐시(Tokocash)를 출시하려는 포부까지 밝힌 상황이다.

토코피디아 본사 / Bloomberg

지역사회를 키우는 토코피디아의 선한 영향력

토코피디아의 성공을 이끈 다른 요인은 독자적인 브랜딩에 있다. 사업의 확장성으로 인하여 제국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코피디아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여론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토코피디아가 지역사회와의 공생을 강조하며 이를 실제로 실천하기 때문이다.

먼저 눈여겨 볼 점은 토코피디아가 지역사회 내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한다는 점이다. 토코피디아는 메이커패스트(Maker Fest)라는 행사를 매년 타기업과 협력하여 주최한다. 매년 인도네시아 주요 8개 도시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바자회 메이커패스트는 일반적인 바자회가 아니다. 일반적인 제품이 아니라 각 도시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이 그들의 제품을 시연하고 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연회를 통하여 각 도시별로 3개의 유수한 스타트업을 우승자로 선정을 하고, 이 24개의 스타트업에 멘토링 프로젝트와 8천만 원 규모의 상금을 제공한다. 토코피디아는 지역사회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면서 선한 영향력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의 상승을 이끌었다.

지역사회 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인 메이커패스트 / Kamarupa

지역사회 내 유수한 스타트업 발굴 이외에도 토코피디아는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힘을 쓴다.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인도네시아지만 이들의 교육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아직도 재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수십만 명의 학생이 학교를 자퇴하는 실정이다. 특히 창업자인 윌리엄 타누위자야 본인도 흙수저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하여 더욱더 적극적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교육 비영리 단체와의 협력을 구축하여 온라인 오픈 마켓에서 학생들을 위한 기부금 모집을 하는 것이 그의 구상이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6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공식적인 수업을 펀딩하는 한편 아이들에게 손수 사업을 가르쳐주는 등 획기적인 교육도 동시에 자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지역사회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이들의 선한 영향력은 토코피디아를 인도네시아 국민이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기업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긍정적인 브랜딩은 수치로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파괴력이 있기에 동남아시아의 치열한 전자상거래 산업의 경쟁에서 토코피디아의 성공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유니크함으로 무장한 토코피디아,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현재 인도네시아의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거의 3억에 육박하는 인구와 인터넷 사용률의 증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2015년 2조 억 원에 겨우 미치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8년 14조 억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하였다. 3년 사이에 7배나 성장한 이 시장은 2025년에 도달할 시, 동남아 주요 4개국 시장규모를 합친 것보다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토코피디아는 아직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유하지 못하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산 전 세계 투자자들이 토코피디아 이외에 다른 기업에도 투자하면서 경쟁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을 얻을 강자는 누구인가? / iPrice

쇼피(Shopee)와 라자다(Lazada)와 같은 경쟁기업은 토코피디아에게 성가신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토코피디아는 그들만의 독특한 전략과 브랜딩으로 끊임없는 혁신을 추진할 동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만약 토코피디아가 치열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독식한다면, 그들은 중국의 알리바바나 미국의 아마존과 같은, 혹은 그보다도 더 큰 기업이 될 수 있다.

10년 전 흙수저 기업에서 그들만의 스토리를 통해 인도네시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토코피디아. 다음 10년은 어떤 혁신적인 전략으로 미래를 바꿀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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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진

에디터

UCLA에서 경제학과 국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https://blog.naver.com/dekop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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