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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육성에 관한 중요성은 꾸준히 논의됐다. 정부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만들었고, 스타트업 정책의 최상위 레벨로 꼽히는 팁스(TIPS)는 창업팀에 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한다.
팁스와 연계되는 프리팁스(Pre-TIPS), 포스트팁스(Post-TIPS) 등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로 팁스는 정부 핵심 스타트업 육성 사업 중 하나다.
팁스란?
팁스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으로 2013년 만들어진 이스라엘식 창업 지원 정책이다. 이 정책은 팁스 운영사로 선정된 VC(벤처캐피탈)가 창업팀에 1~2억 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이어서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즉, 이 정책의 핵심은 팁스 운영사다. 2020년 2월 기준 팁스는 총 52개 운영사가 활동 중이다.
2013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팁스에 총 934개 창업팀이 선정됐는데, 엔젤투자 1985억 원(팀당 평균 2억 원), 정부 R&D 3405억 원, 창업사업화 455억 원, 해외 마케팅 368억 원 등 자금을 투자, 지원했다.
팁스 운영사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벤처부에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등록을 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자본금 1억 원과 전문인력 확보, 창업보육공간 등을 마련하면 등록할 수 있으나, 등록 이후에는 전체 투자금의 50%를 설립 3년 이내 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즉, 설립 3년이 넘은 기업엔 자본금 50% 이상을 투자하지 못한다.
이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팁스 운영사 자격 요건을 완화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3년 이상 기업에도 투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창업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발표됐다. 사실상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정책이 된다. 대기업이 CVC(기업형벤처캐피털)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CVC란?
금산분리는 산업 자본의 금융 소유 금지를 뜻한다. 대기업 지주사가 금융사로 분류되는 VC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법이다. 때문에 지주사인 SK, LG 등은 규제가 없는 해외에서만 CVC(Coperate Venture Capital)를 운영한다. 롯데는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지주사 체제 밖에 있는 호텔롯데 계열로 처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CVC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CVC가 허용 될 경우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대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이 자금을 시장에 풀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3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제한적 보유 방안을 발표했다.
대기업 지주회사 CVC는 지분을 100% 보유한 일반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고, 기존 밴처캐피탈 형태인 중소 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및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등 두 가지 유형을 허용한다.
지주사 체제인 롯데, CJ, 코오롱, IMM인베스트먼트 집단은 지주체제 밖 계열사 형태로 4개의 국내 CVC를 보유하고 있다. SK와 LG 등은 해외법인 형태로 CVC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 카카오 등 9개 집단은 11개 국내 CVC를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64개 중 15개 집단이 17개 CVC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을 40%로 제한하고, 벤처캐피탈의 부채(차입) 비율을 200%로 제한하는 등 여전히 규제가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첫발을 낸 것에 의미를 두고, CVC가 경제 상황에 어떤 움직임을 가져올지 지켜봐야 한다.
금융권
이런 정부 노력에 금융권이 화답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가적 과제인 ‘한국판 뉴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뉴딜 핵심 사업은 대부분 혁신적 도전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금융시스템의 기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금융사 역시 움직이고 있다.
KB 금융은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를 통해 그룹 차원의 ‘한국판 뉴딜’ 사업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핀테크랩인 KB이노베이션허브 확장을 통해 더 많은 스타트업에 성장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기존 서울 강남 지역에 200평 규모로 운영 중이던 육성 스타트업 ‘KB스타터스’ 입주 공간을 인근에 위치한 320평 규모 건물로 확장 이전 하기도 했다.
신한금융도 ‘한국판 뉴딜정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금융의 뉴딜정책인 ‘신한 네오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하면서 디지털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은 서울 중구 신한생명 건물 8층에 약 130평 규모로 마련됐다. 신한퓨처스랩은 오는 2023년까지 디지털 스타트업에 1,100억 원을 투자한다.
우리은행은 2018년 6월부터 정부의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성장 정책’에 부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까지 총 5번의 공모를 통해 45개 기업, 430여억 원을 투자해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최초의 CVC인 하나벤처스를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이들은 초기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성장시켜 영웅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제로 투 히어로’를 내걸었다.
여기에 지난 30일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운영하는 프론트원이 개관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지상 20층, 연면적 3만6259㎡(1만968평)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공간이다.
김홍일 디캠프-프론트원 센터장은 “디캠프에서의 운영을 바탕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향후 5년간 프론트원에 600개 기업이 입주하면 6,120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일어난다”면서 “디캠프가 최근에 출자 조성한 프론트원펀드(420억원), 동행펀드(300억원), 일자리펀드(8,000억원)를 통해 기업당 10억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872개 기업이 10,987명을 고용하게 되고, 거기에 오프라인 채용 박람회, 대학 학과과정연계, 은퇴자 재교육 채용 등을 포함할 경우, 향후 5년간 약 1만 8천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와레버스 인사이트
정부 정책을 멀리서 지켜보며 단점을 말하기는 참 쉽다. 하지만 작은 정책이라도 여러 이해관계를 보고 있자면, 어떤 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오히려 기회로 삼자는 이야기는 이런 류가 아닐까 싶다. CVC 제한적 허용으로 대기업은 투자의 길이 열렸고,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10년 뒤, 20년 뒤를 예측하는 사람보다 지금 한 걸음 내딛는 사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