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공사 발주에 차질이 생기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인데요. (코로나발 악재에 건설업 체감경기도 7년만에 최저) 상황이 그나마 진정되나 싶더니 클럽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건설업계가 한 번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원 클럽發 확진자 벌써 42명…1300여 명 연락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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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4월에 발표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입을 피해에 대해 예측하였는데요.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우리나라 GDP의 약 15%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투자는 올해 최대 10조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한 여파로 인하여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순식간에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보여 건설업계는 말 그대로 초비상 상태라고 합니다. (건산연 “코로나 타격 건설투자 최대 10.1조 감소…최대 11만명 일자리 잃을 듯”)

그런데 건설업계가 고통받는 이 상황에서 정말 의외의 산업이 같이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인 대 개인(P2P) 금융 업계입니다. 도대체 P2P 금융은 무엇이고 이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기에 건설업계의 부진이 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2P 금융은 뭐지?

P2P 금융은 사실 은행과 증권사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 그렇게 친숙한 개념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이 자연스러운 것은 이러한 형태의 금융이 비교적 최근에 생긴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핀테크 열풍과 함께 등장하면서 말이죠.

Provided by 한국P2P금융협회

기술이라는 이야기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P2P 금융이 작동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기 때문이죠. P2P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돈이 필요한 개인과 돈을 투자하고 싶은 개인을 이어주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다만 기술을 통해서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투자자와 대출자의 연결을 더 쉽게 만들어주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P2P 금융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히는 점은 바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있습니다.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 예금 금리는 2%도 채 되지 못하는데 (초저금리 뉴노멀 시대… 年 2%대 저축은행 뜬다) 바로 이 점을 P2P 금융이 파고든 것입니다. 10~20%대의 중금리를 통해서 초저금리 시대에 돈을 투자할만한 투자처를 제공하게 된 것이죠.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도 다소 낮은 신용으로도 투자를 받을 수 있으니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 또한 큰 장점이죠.

P2P 투자 사기 범죄 수법. By 송정근 기자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보니 법제화가 미처 이루어지지 못하여 많은 금융사기 피해자를 낳았다는 오명까지 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P2P와 연계된 국내 대부업체 178곳 중 20개의 회사가 사기와 횡령 혐의에 연루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중입니다. (“P2P로 모텔 신축” 배당금 돌려막기에 6800명 160억 피해)

***추후 P2P 투자 사기에 대한 글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 속에서도 나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특히 2019년 8월 P2P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법제화를 통한 업계의 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첫발 뗀 P2P 법제화, 국내 핀테크 산업엔 큰 걸음) 아직 미국의 시장 규모인 60조 원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이 국내 최초로 누적대출액 1조 원을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2P금융 테라펀딩, 누적 대출액 1조원 넘어서)

Provided by 한국P2P금융협회

암울한 건설업계와 좌절하는 P2P 금융업계

이런 잠재력 있는 국내 P2P 금융업계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미드레이트의 조사에 의하면 보통 P2P 업체의 연체율은 16.2%이라고 합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2%가 안 되었던 수치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상승세는 우려를 표할 만 합니다. 자칫 법제화가 채 되기도 전에 P2P 금융 전반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新금융 주목받던 P2P대출도 연체율 16.2% ‘경고음’)

아무래도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경제가 마비됨에 따라 P2P 금융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흥미로웠던 점은 이러한 문제가 우리나라 P2P 금융업계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입니다. 국내 P2P 특성상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상품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건설업계가 부진할 때 P2P 금융 또한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국내 P2P의 부동산 의존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현저한 차이를 보입니다. P2P 금융의 선두주자인 미국은 누적대출액 중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도 채 안 됩니다. 그리고 개인신용상품 및 중소기업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이죠.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62.5%에 육박하는 비중이 부동산 관련 대출입니다. 심지어 대출의 형태도 1년 이내의 단기 위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대안금융 역할 아쉬운 P2P…부동산ㆍ단기대출 쏠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품이 그것도 짧은 대출 기간을 가진다는 점은 국내 P2P 업계로서는 재앙과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건설투자가 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 근무지 전체가 며칠간 폐쇄되는 문제로 인하여 그나마 진행되던 공사도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기 대출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많은 P2P 금융 업체들이 제때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연체를 하고 마는 것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이렇게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P2P 금융업계를 신뢰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금융업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은 수많은 금융사기로 인해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은 중국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봅니다. ([이슈분석]中 P2P대출 몰락…美 렌딩클럽은 ‘인터넷은행’ 인수로 재도약)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은 자연의 진리입니다. 이런 진리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P2P 금융업계는 분명 새 환경에 적응하고 투자자와 차주의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은 법제화에 대한 노력은 물론 부동산 관련 상품의 의존도 감소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외부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P2P 금융업계가 어떻게 대처할지 추후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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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오형진

에디터

UCLA에서 경제학과 국제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도 많이 놀러와주세요! https://blog.naver.com/dekop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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